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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토요일엔 한문 가르치는 '훈장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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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선 한문과 예절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대구시 내당동 혁신목재소 손재현(59)사장. 그는 벌써 10년 가까이 집 옆에 있는 30평 규모의 서당운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의 이름은 '요은 자방서당'. 손사장은 이곳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서당 이름은 자신의 호 '요은'과 자율방범(자방)활동을 벌이다 시작한 일이어서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자율방범대에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현장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그 때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는 한문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그가 서당 문을 연 것은 1993년. 당시에는 두 평 남짓한 방범초소를 빌려 매일 한시간씩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곧 수강생이 늘어 94년부터는 일반 학교의 교실과 비슷한 지금의 서당을 짓고 천자문과 사자소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손사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자신도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됐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서적을 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손사장은 강의 외에도 수강생들에게 빵과 음료수 등 간식은 물론, 장학금까지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의 서당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웃동네에서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학부모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또 청소년들뿐 아니라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군부대.예비군 훈련장.농협 등에서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 내용은 절하는 법.손 맞잡는 법.바르게 앉는 법.공손한 말씨 등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예절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손사장의 말솜씨 때문인지 강연 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찾아와 감사의 뜻을 표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손사장은 "한문이라면 젊은이들은 무턱대고 고리타분하게 여기지만 그 뜻을 쉽게 풀어주고 조상들의 예절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 학생들도 재미있어 하게 마련"이라며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예절을 익힐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서당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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