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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챌린저 & 체인저] 잠금화면서 노다지 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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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관우 버즈빌 대표가 자사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 ‘허니스크린’을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띄우고 이를 본 사용자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다른 기능을 첫 화면에 띄워 앱보다 편리한 플랫폼으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종택 기자]

아이는 일기장에 하루 일과 대신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물건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록했다. 쓰러져도 오뚜기의 원리로 다시 일어나는 다리미, 스프링클러가 달린 허수아비 등 생각은 무궁무진하게 가지를 뻗어나갔다. 하루는 집에서 쓰던 현관문 고정 말굽이 고장 난 것을 보고 발로 간편하게 버튼을 눌러 고정하는 상품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5학년때 이 아이디어를 발명경진대회에 출품해 대통령상을 받았고, ‘공개발명아이디어’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대상을 탔다. 몇 년 후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상품 특허권을 등록하고, 그동안 모은 상금으로 현관문 말굽 2000개를 만들었다. 아이의 생애 첫 ‘제품’이었다.

 ‘꼬마 발명왕’에서 4개의 회사를 연달아 창업하며 벤처기업인으로 성장한 이관우(31) 버즈빌 대표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제조업에 종사하며 여러 특허를 획득한 아버지의 영향 덕에 어려서부터 제품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유명세에 휘둘릴까 염려한 부모님의 만류로 말굽 고정장치는 무상 사용 가능한 특허에 머물렀지만, 기업가에 대한 꿈은 남았다. 세상을 가장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사업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3년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입학 이후 병역에 복무한 기간을 제외하고 이 대표는 늘 창업과 사업에 매달려 있었다. 매번 성공한 건 아니다. 2004년 공대생과 경영대생이 활동하는 기술경영동아리에서는 사업아이템으로 전자레인지를 떠올렸다. 레토르트 음식을 넣으면 전자레인지가 코드를 인식해 자동으로 조리하는 제품을 고안한 것이다. 발명왕답게 아이디어는 기발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제품의 효용’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조리법이 워낙 간단해 기존 전자레인지로를 사용해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제조업체에서도 반응이 시큰둥했다. 다만 회사가 보유한 코드 인식 기술을 높게 평가한 네이버가 인수를 제안해 2005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의 가치를 깨달은 이 대표는 저작권 사업에 눈을 돌렸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며 영상이나 사진, 뉴스 등 저작권이 있는 콘텐트를 불법으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는 원본 콘텐트에서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특징점을 파악해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는 사례를 찾아주는 ‘포스트윙’ 솔루션 서비스를 고안했다. 국내 유수의 언론사에 솔루션을 납품하고 저작권료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불과 2~3명의 개발자와 손잡고 만들어 매월 들어오는 수입은 적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가 보였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불법 사용 사례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당장 얼마의 수익보다는 판을 바꿔놓을 만큼 영향력이 큰 사업을 해보는 것이 중요했다. 확장 잠재력이 큰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이 대표는 솔루션을 무료 공개로 전환하고 다음 사업을 준비했다.

 당시 그루폰 등 최초의 소셜커머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유명한 식당 정보 사이트 ‘윙버스’를 만든 멤버들과 함께 식당 전문 소셜커머스 ‘데일리픽’을 2010년 초 시작했다. “김치를 담그는 조선족 출신 아주머니께 굵은 소금을 맞아가며 식당을 찾아 다녔다”고 회상할 정도로 식당 영업은 고된 작업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티켓몬스터가 서비스를 먼저 오픈했다. 데일리픽도 입소문을 타고 단골 사용자를 확보하며 성과를 올렸지만 티켓몬스터, 쿠팡 등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회사들과 경쟁이 어려워 보였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본 이 대표와 창업자들이 2010년 말 티켓몬스터와 합병을 결정했다. 이 대표는 티켓몬스터의 직원이 100여명에서 1000명 넘는 수준까지 성장하는 동안 운영 총괄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세 번의 연속창업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그가 현재 최종 안착한 사업은 모바일 광고 플랫폼 사업이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광고를 넣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버즈빌 공동창업자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스마트폰의 잠금화면 상태에서 광고가 뜨고, 이 광고를 보면 포인트가 쌓이는 서비스를 착안한 것이다.

 “데일리픽 때처럼 선수를 뺏길까 봐 아이디어를 들은 그날 즉시 12명의 개발자들을 집에 모아 합숙을 하며 서비스 개발을 준비했다. 하루 2시간 수면의 강행군 끝에 2개월 만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아쉽게 이번에도 선수를 뺏겼다. ‘캐시슬라이드’라는 서비스가 불과 한두달 차이로 먼저 시장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봤다. 안드로이드용 서비스만 먼저 출시한 경쟁사와 달리 버즈빌은 아이폰용 ios 애플리케이션(앱)과 안드로이드용 앱 모두 출시해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일본 시장에서 유리했다. ‘허니스크린’이란 이름의 서비스가 출시된지 1년만인 2013년 6월 일본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해 현재까지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대만 시장까지 진출했다. 국내에서는 게임·쇼핑몰 등 다양한 광고주들을 확보하고 지난해 국내에서 40억 매출, 1000만 사용자를 기록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첫 화면에 맞게 이미지를 최적화하는 기술, 사용자의 패턴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는 큐레이션 기술이 버즈빌의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광고를 보고 포인트를 쌓는 ‘리워드 서비스’에서 한 걸음 나아가 스마트폰 첫 화면에서 바로 다른 서비스로 넘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이 앱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태계라면, 잠금화면 서비스는 다양한 앱 서비스로 바로 연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대박이 날 수 있을까.

 4번의 연속 창업 과정에서 좌절과 성공을 함께 겪은 이 대표는 실패조차 즐겁게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부딪치고 도전하는 것, 그게 기업가정신 아닐까요.”

글=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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