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출석체크 효과? … 장관·기관장 21명 전원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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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오른쪽)가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개혁 추진 상황점검 회의’를 위해 입장하자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이 총리는 공공기관 부채 문제와 관련해 “재임 중에만 문제 없으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인식으로 모럴 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정현 기자]

이완구 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개혁 추진 상황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는 이 총리가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차관을 대신 참석시킨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질책했다는 보도(본지 3월 26일자 6면)가 나간 직후 열려 관가의 주목을 받았다.

 이 총리의 ‘출석체크’가 주효했는지 이날 회의엔 참석 대상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 나왔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전남 나주),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경남 진주) 등 전국 각지로 이전한 17개 공공기관장들도 모두 출석했다.

 오후 3시 이 총리가 정부서울청사 9층 회의장에 입장하는 순간엔 장관들과 기관장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순간 다소 딱딱한 분위기를 의식한 이 총리는 “이러시면 제가 미안합니다. 자자, 앉으시죠”라며 회의를 부드럽게 이끌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회의에 들어가자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해외 자원개발로 인한 일부 공기업(공공기관)의 부채가 천문학적 규모라 위험한 수준”이라면서 “향후 예상되는 문제를 제로 베이스(zero base)에 놓고 솔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냉철하게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이 총리의 ‘제로 베이스’ 발언은 “자원외교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는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타당성과 장래성을 재점검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란 해석이 나왔지만, 총리실 당국자는 일단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아니라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부채 상황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회의에서 “공기업 부채에 대한 개혁을 미루면 부담이 국민에게 넘어가고 공기업의 존립 이유가 없다”며 “공기업 부채가 523조원인데 국가부채(428조원)보다 많고 10년간 부채가 10배나 증가한 공공기관도 있다. 쉬쉬하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공공기관장들을 향해선 “자기 임기 중에 문제 없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이명박 정부 때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에 대해 감사원과 국회 국정감사가 추진된다는 사실도 언급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주무부처 장관들이 책임지고 해주고 3개월 뒤에 다시 (성과를 점검하는) 회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예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해선 “지난해만 살펴보지 말고 3~4년 전도 같이 해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쪽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전년 상황만 하면 너무 단절되니까 3~4년 전까지 추이를 보면 확실하게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정현 총리실 공보실장은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던 회의를 총리가 주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글=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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