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 수돗물로 세수하고 요리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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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수도배관에서 환경호르몬 성분이 다량 검출됐으나 환경부는 관련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환경부 기관운영감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해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26일 밝혔다.

문제가 된 환경호르몬 검출 성분은 비스페놀-A로, 플라스틱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에 노출될 경우 내분비계 기능이 저하되고 소화기관뿐 아니라 피부를 통해서도 체내에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ㆍ독일 등에선 위해물질로 지정돼 위생안전기준 관리 대상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선 일부 노후 수도용 배관에서 미국 허용기준의 2.6배가 넘는 비스페놀-A 성분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수도용 자재ㆍ제품에 대해 44개 유해물질을 위생안전기준에 포함시켜 관리 중이지만 비스페놀-A는 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체계적 조사는 물론 안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국가기술표준원은 어린이 용품에서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통보받고도 제품 수거나 판매 차단 등의 필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가 2013년 1월 210개 어린이 용품에서 납ㆍ카드뮴ㆍ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국가기술표준원은 제조업자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환경부의 통보를 무시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같은 해 8우러 이들 210개 용품 중 80개가 시중에 유통 중이라는 사실을 환경부로부터 재차 통보받은 후에야 80개 제품을 조사해 이 중 9개 제품에 대해 수거 명령 또는 권고 조치를 내렸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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