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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어서 강렬하다, 남아공 오토바이광의 스릴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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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남아공의 범죄 스릴러 소설가 디온 메이어. 남아공 현대사의 그늘과 요즘 사회현실을 버무려 묵직한 장르소설을 쓴다. 그의 장편 『프로테우스』와 『오리온』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사진 아르테]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디온 메이어(57)의 장편 『프로테우스』(아르테)는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195㎝ 거구의 흑인 킬러가 암살 대상의 심장에 창을 꽂고 그의 눈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끔찍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소설은 단순한 흥미물이 아니다.

 주인공인 흑인 킬러 토벨라 음파이벨리는 만델라를 배출한 남아공 코사족(族)의 부족장 가문 출신이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철폐하기 위해 무장 투쟁에 나섰다가 구 소련 정보기관(KGB)의 전문킬러로 전락한다. 엄청난 국가 기밀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배달’하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남아공의 얼룩진 현대사, 정보 요원들의 현란한 첩보전, 추격장면이 24시간 생중계되는 21세기 미디어 환경 등이 배경에 깔린다.

 소설은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됐다. 신문기자, BMW 오토바이 마케터 등을 지낸 메이어는 남아공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둘(나딘 고디머, 존 쿳시)이나 배출했을 뿐 아니라 장르소설의 강국임도 입증하고 있다.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 『오리온』도 이번에 함께 번역돼 나왔다.

메이어는 오토바이광이다. “오토바이를 타며 전화·인터넷의 방해 없이 소설 생각만 한다”고 했다.

 - 마흔 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가장 강력한 소설 마케팅 방법은 입소문이다. 소설을 낼 때마다 조금씩 독자를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럴려면 매번 자신의 최고의 작품을 써야 한다.”

 - 등장인물이 실감 난다.

 “소설 속 인물은 우선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선악을 두루 갖춰야 한다. 선한 주인공도 약점이 있어야 하고, 악당도 좋은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프로테우스’는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이다. 무엇으로든 변신이 가능한 존재다. 소설 제목으로 쓴 의미는.

 “사람은 누구나 변신을 꿈꾼다. 토벨라는 전사였고, 군인이었고, 암살자였지만 결국 평범한 가정생활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우리 욕구에 관한 얘기다. 타고난 본성과의 싸움이다. 그 본성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다. 그런 어려움과 갈등이 서스펜스 소설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메이어는 과거 남아공의 징병제 시절 공군에서 근무했다. BMW 마케터를 하며 BMW 오토바이 광이 됐다. 최고 시속 200㎞, 비포장 먼짓길에서도 100㎞ 이상으로 달린다고 한다. 소설 속 군 장면, 오토바이 여행 장면 등은 그런 경험의 소산이다.

 - 신문기자 경험이 소설 쓸 때 도움이 되나.

 “신문사는 훌륭한 작가 학교다. 짧은 공간에 많은 정보를 담는 글쓰기를 통해 단어의 가치, 좋은 구조의 가치를 배운다.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누구로부터 얻는지도 배웠다.”

 - 사회 진실을 반영하려는 태도가 소설 쓸 때 중요한가.

 “핍진성(verisimilitude)이 소설에는 있어야 한다. 독자가 진짜 같다고 느껴야 독서체험이 강렬해진다.”

 메이어는 “소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작가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야 한다”고 했다. 영화 같은 빠른 장면전환을 즐겨 도입하는 것도 그래서다. 단어 선택에 신경 쓰되 문장이 짧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내 소설을 누가 어떻게 평하든 상관 않는다. 사람들이 몇 시간과 돈을 투자해 내 소설을 읽어주면 행복할 뿐”이라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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