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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능 난이도 실제 채점해봐야 압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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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성탁
사회부문 기자

올해 고3이 치를 2016학년도 수능은 어려울까, 쉬울까. 교육부 발표나 언론 보도를 접한 수험생과 학부모는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 17일 교육부의 수능 개선안 발표 이후 ‘수학B형과 영어가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20일엔 ‘예년처럼 쉽게 출제한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나온 탓이다.

 혼선이 빚어진 내막은 이렇다. 교육부는 17일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하되 적정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하는 원칙을 지키겠다. 그럼으로써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과하게 발생해 실수 여부로 등급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쉽게 출제하되 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은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들은 “어려운 문항 일부가 포함되므로 수학B형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진다”고 보도했다. EBS 수능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출제되는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 영어도 지난해보다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지난해 수능 만점자 비율은 수학A형 2.54%, 수학B형 4.3%, 영어 3.37%였다. 역대 수능에서 유례가 없는 수치였다. 2010~2014학년도 수능에서 수학A·B형(나·가형)은 만점자 1%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영어도 2012학년도에 만점자 2.67%가 나왔을 뿐 나머지는 0.21~0.74%에 그쳤다. 지난해 수능이 매우 쉬웠기 때문에 교육부가 만점자 속출 현상을 막겠다니 지난해보다는 어려워질 것으로 해석됐다.

 문제는 보도를 접한 청와대가 교육부를 질책하면서 벌어졌다. “어렵게 낸다니 어떻게 된 거냐”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예년처럼 쉽게’를 강조했다. ‘변별력 확보’ 언급은 빠졌다. 이에 대해 언론이 ‘다시 쉽게’라고 보도하면서 난이도 논란은 며칠 동안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이런 와중에도 수험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올 수능은 지난해 출제 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쉬운 수능을 목표로 한다. 이과생이 보는 수학B에선 만점자 비율이 지난해처럼 높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까다로운 한두 문제가 포함될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2014학년도 이전 수능에 비하면 쉬운 시험일 가능성이 크다.

 진학 분야 베테랑 고교 교사들도 “수능이 상대평가여서 난이도보다 석차가 중요하다. 지난해보다 수학에서 만점자가 줄어도 쉬운 시험일 테니 실수하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충고했다. ‘쉽다’ 또는 ‘어렵다’ 같은 말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실제 시험,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김성탁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