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웰빙가에선] 약 잘먹는 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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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30면

“이 약, 먹기 시작하면 못 끊는 것 아니에요?”

검진 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발견돼 의사가 약을 권하면 대다수 환자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이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은 일단 발병하면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평생을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 이런 병에 걸리면 몸의 일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때 약은 망가지거나 약해진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만성 질환은 대부분 완치되지 않으므로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약을 어쩌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 중독성이 있어 약을 끊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먹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만성 질환 환자란 꼬리표가 붙는 것이 싫고 매일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될 것이다. 버티다가 증상이 심해져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에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환자도 많다. 이들은 “약 먹으면 힘이 빠진다더라” “성기능이 떨어진다더라” 등 본인이 느낀 불편감보다 소위 ‘카더라’란 말에 귀가 더 솔깃해지는 것이다.

일러스트 강일구

실제론 약을 먹고 난 뒤 부작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부작용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약의 처방(종류)을 바꿔주면 문제가 해소되기도 한다. 귀찮음과 불편함 때문에 복용을 피하는 것은 100% 손해다. 합병증이 생기는 등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주치의가 처방해 준 약은 반드시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

만성 질환과 그 합병증의 수가 늘어날수록 약의 가짓수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노인들의 약 복용 실태를 조사한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노인 1인당 평균 일곱 가지의 약을 복용 중이다. 예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환자가 합병증을 한두 개 갖고 있으면서 감기가 걸리거나 다치면 약 가짓수는 금새 일곱 개를 초과하게 된다. 어지럽고 입맛이 없으며 중병에 걸린 것 같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노인 환자 중 상당수는 최근에 약이 추가되거나 바뀌어 생긴 부작용이 원인이다. 실제로 본인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모르는 노인이 태반이다.

여러 종류의 질병을 가진 환자라면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의 내역을 메모해 소지하거나 휴대폰으로 처방전을 찍어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약을 먹자마자 복용 사실을 달력에 표시해놓는 것도 유용하다.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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