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하은주 일본선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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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귀화 설이 나돌던 여자농구 선수 하은주(20.2m2㎝.시즈오카단과대)가 결국 귀화해 일본의 명문 실업팀 샹송화장품에 입단한다.

샹송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주 하은주 본인과 가족, 그리고 하은주가 졸업한 오카고 체육 관계자와 만나 입단에 합의했다. 오늘 최종적으로 입단 조건 등에 대한 회사측의 결재가 났다"고 밝혔다. 샹송은 하은주의 입단 사실을 22일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샹송은 재팬에너지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 여자농구의 강호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농구를 우승으로 이끈 정주현씨가 감독을 맡고 있다.

샹송 관계자는 하은주의 연봉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일본 여자농구 사상 최고액'이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현재 일본 실업팀 A급 스타의 연봉은 6천만엔 안팎이다. 하은주는 다음주쯤 일본여자농구연맹에 선수등록 서류를 접수할 예정이다.

샹송 관계자는 하은주의 일본 국적 취득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 12월7일 법무성으로부터 원칙적인 승인을 확보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혔다. 하은주는 이름은 일본식으로 바꾸지 않고 '하은주'라는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다.

하은주는 대학을 마치는 내년부터 실업 팀에서 뛸수있다. 따라서 귀화하면 곧 대표팀에 발탁하겠다는 일본농구협회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내년 아테네올림픽에는 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농구연맹(FIBA)은 국적 변경자의 국제대회 출전을 '국적 취득 1년 이후'로 제한하고 있다.

하은주의 일본 귀화와 샹송 입단은 한국 여자농구계의 큰 손실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로 미국프로농구(NBA)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하승진(18.수원 삼일상고.2m20cm)의 누나인 하은주는 국내에서는 부상과 한국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병폐인 성적 지상주의, 팀 이기주의에 희생돼 공부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가 일본으로 유학해 새로운 농구인생을 살아왔다. 하은주는 일본에서 재능을 활짝 꽃피워 박신자.박찬숙 이래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센터로 군림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뒤늦게 부각됐다.

한국의 농구 관계자들은 "한국 농구의 보물이 일본으로 새나갔다"며 뒤늦게 귀화 저지에 나섰으나 제2의 농구 인생을 부여한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하은주의 굳은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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