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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목표는 세계 챔피언" 주니어 스포츠 선수를 만나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분 30초. 밝게 웃으며 경기장에 서는 이 짧은 시간을 위해 리듬체조 김주원(성남 낙원중 1) 선수는 오늘도 7시간씩 땀방울을 흘립니다.

땀방울엔 눈물방울도 섞여 뚝뚝 떨어집니다. 하지만 운동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몸은 정직해서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운동 선수로서의 인생 1막, 그 이후의 인생까지 치열하게 준비하는 10대 선수들을 소개합니다.

모델=김주원(성남 낙원중 1), 사진=장진영 기자

지난달 소년중앙 카페에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배우 이영애와 함께 성화 점화를 했던 리듬체조 유망주 김주원(14·성남 낙원중 1) 선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보자는 선수의 동생 김주혁(성남 왕남초 3)군이었습니다.

끈기와 노력, 도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누나를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소중은 각 분야에서 끈기·노력·도전이라는 세 가지 열쇠를 쥐고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주니어 스포츠 선수들을 찾아봤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들 10대 예비 스타들의 삶의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김 선수는 볼 체조를 주력 종목으로 삼아 연습한다.

김주원 선수

키 144㎝, 몸무게 30㎏. 지난 10일 성남 왕남초등학교 강당에서 만난 김주원 선수는 중학교 1학년 치고는 작은 체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돼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걸어보는 게 꿈”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불가능한 꿈도 아니다. 김 선수는 6학년이던 지난해 2014 전국소년체육대회 리듬체조 초등부 1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아시안게임 성화 점화를 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어요.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공부를 택했다면 이런 경험도 못 해봤을 텐데 둘도 없는 기회를 잡았잖아요. 앞으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에 대비해 좀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리 및 골반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

김 선수는 다른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매일 오후 3시부터 왕남초 강당에 모여 10시까지 7시간씩 국가대표 출신 이지애 코치에게 훈련을 받는다. 토요일이나 방학엔 연습 시간이 더 길다. 일요일만 쉰다. 김 선수는 그럼에도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선수를 좋아해요. 수구(리듬체조 기구)를 자기 마음대로 다루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연기하거든요. 따라 해 보고 싶은 건 있는데 연습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시간이 모자라요.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연습을 마친 뒤 밤늦게 집에 돌아와서도 유튜브로 카나예바 선수 등의 동영상을 30분~1시간 정도 보다 잔다.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30분. 학교에 가기 전까지 학과 공부와 영어·러시아어 공부를 한다. 학원에 다닐 시간이 없기 때문에 모두 독학이다. 그럼에도 초등학교 땐 반에서 1~2등을 유지했다. “러시아어 공부는 어려워요. 그래도 목적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요.”

김 선수의 단기 목표는 도쿄 올림픽이지만 30대까지는 코치 생활, 이후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리듬체조 관련 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리듬체조의 종주국 격인 러시아의 언어를 익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엄마·아빠가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시니까 저도 제 꿈을 세워본 거예요. 목표가 있으면 그걸 향해 달려가면 되지만 목표가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제자리니까요.”

선생님·체육관 찾아 네 번 이사

리듬체조를 시작한 건 우리 나이로 7살 때 일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박태환 선수의 수영 경기를 보려고 TV를 틀었다가 우연히 ‘리듬체조 요정’이라 불린 신수지 선수의 경기를 보게 됐다.

리본체조 연습 중인 김주원 선수.

“리듬체조를 하는 언니들이 예뻐서 배우게 해달라고 두 달간 졸랐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가족은 리듬체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용인 죽전에서 시내로, 군포에서 성남으로 네 번 이사를 했다. 가르쳐 줄 선생님, 체육관 사용을 허락해주는 학교 등 두 가지 요소가 맞아 떨어져야 해서다.

기초 훈련 중 발레 연습 시간.

“리듬체조가 재미있었어요. 4학년부터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선수가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지금은 정식으로 하고 있고요.”

하루 7시간 훈련이 시작된 것도 4학년부터다. 김 선수는 “운동량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고 잠잘 시간이 부족해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동생 주혁군은 “누나가 연습하면서 매일 운다”고 귀띔했다.

“연습을 하다 보면 그냥 눈물이 나와요. 눈물샘을 막아버리고 싶어요.”

리듬체조는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는 종목이지만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크다.

“리본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끝에 살짝 스쳐도 피가 나요. 던진 리본을 못 잡아서 눈꺼풀 안쪽이 찢어진 적도 있어요. 경기 날짜에 임박해 촉대뼈 부분에 피가 차 한의원에서 급하게 피를 뽑은 적도 있고요.”

엄마 조영덕(39)씨는 “주원이는 그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병원 신세를 덜 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재활치료를 받는 선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 선수는 두려움 없이 도전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볼(공)이다.

“볼은 매끄럽게 연결을 못하는 실수가 잦은 종목이에요. 남들이 실수하는 종목에서 제가 실수를 안 하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서지 않을까 해서 주력 종목 삼아 연습하고 있어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성화점화를 한 김주원(가운데) 선수.

1분 30초 위해 하루 7시간 맹훈련

오후 3시가 되자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됐다. 강당 둘레를 가볍게 뛰며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해 1시간 동안 배의 근력을 강화시키는 요가를 했다. 요가가 끝나자 선수들은 각자 의자를 두 개씩 들고 나왔다. 의자를 벌려놓고 양발을 걸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두 다리의 각도가 180도를 넘어 200도까지 꺾이게 하고 5분간 유지하는 식이었다. 발끝으로 걷기도 어려운데, 선수들은 발가락을 꺾어 발등으로 걷는 연습을 했다. 이를 악물고 참던 선수들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훈련을 이어갔다. 이렇게 쌓은 훈련의 결과를 경기장에서 1분 30초 안에 집약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 코치는 “김주원 선수는 유리한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 건 아니지만 성실하고 끈질기게 노력해 어리지만 기술이 뛰어나고 개성이 강하다. 굉장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리듬체조계에서 김 선수는 ‘살아 움직이는 꽃’이라고 불려요. 예쁜 향기를 뿜으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 받을 날이 머지 않아 올 거라 생각해요.”

글=이경희·김록환 기자 dungle@joongang.co.kr, 사진=장진영·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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