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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국회는 분석능력 등 전문성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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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의원 입법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정당 간 정책 경쟁이 자리를 잡으려면 입법의 전문성 강화가 절실하다.

지난 200년 동안 입법 전문성을 강화해온 미국 의회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좋은 예다. 미국 의회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입법부는 이를 위해 독자적인 정보 수집과 분석능력을 갖추는 데 역점을 뒀다. 풍부한 개인보좌 조직, 각 위원회의 전문인력, 그리고 상.하원에 배속된 법제실이 의원들의 입법과 정책 심의를 지원하고 있다. 1970년에는 기존의 입법참고국을 의회조사국(CRS)으로 강화 개편했고, 회계검사원(GAO)도 정부사업에 대한 공식 평가업무를 맡게 됐다. 74년에 제정한 '의회의 예산 및 지출 통제법'에 따라 CBO가 신설돼 미국 의회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게 됐다.

CRS는 단순한 통계에서 심층적 정책분석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사.분석 업무로 의원과 위원회를 지원한다. 예산정책처는 행정부의 예산관리국(OMB)과 같은 수준의 정보수준과 분석능력을 갖춰 미국 경제 전반과 연방정부 예산을 분석해 의원들에게 제공한다.

회계검사원도 단순한 회계검사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의 예산을 사용하는 모든 사업과 정책을 평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국은 국회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행정부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예산과 정책에 관한 모든 정보를 행정부가 독점한 상황에서 입법부가 예산과 정책에 실질적 심의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더욱이 입법과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각종 법안과 정책의 영향평가가 엄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해외 입법 동향과 사례연구가 필요하다. 입법부의 진정한 독립과 정책국회로의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 국회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입법 지원기구의 강화뿐만 아니라 각 기구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현출 국회 입법정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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