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하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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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창 일할 나이인 20대 젊은이 가운데 일하는 사람의 수가 줄고 있다. 특히 같은 20대라도 여자보다 남자의 취업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20대 남성 취업자 수는 41개월째 감소세를 보인 끝에 10월 5.8%가 줄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8월 2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20대 남성 취업자 수는 석 달째 200만 명을 밑돌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젊은 남성 취업자를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하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저출산의 영향으로 이 연령대의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고학력 선호현상으로 너도나도 대학에 가다 보니 취직하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취업하려 해도 이번에는 일자리 찾기가 만만치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 되면 대학원에 진학해 취업을 미룬다. 이런 젊은이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취업한 것도 아니다. 20대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7% 아래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찾은 일자리는 임시직이거나 시간제 등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많다. 학력 과잉 현상에, 힘든 일을 기피하는 풍조가 겹쳐 산업현장의 생산직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차라리 구직을 단념하고 부모에게 얹혀 편히 지내겠다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경제에 적신호다. 취업을 못한 당사자들의 고통과 가계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경제 각 부문의 세대 간 단절현상이 일어나 축적된 노하우가 사장될 우려가 크다. 인구의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앞으로 젊은 취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가 바뀌어 젊은 인력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당장 취업하려는 젊은이들만큼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자면 경제를 살려 번듯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 분배나 형평만을 강조해서는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