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사연을 육성으로 보낸다. 해외취업가족들, 카세트에 소식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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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카세트에 정다운 사연을 담아보내는「카세트로 소식보내기」운동이 최근 중동근로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70년대부터 기능공의 해외취업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국내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남편에게 사연을 보내는 방법도 여러모로 변화, 그 풍속도가 차츰 변하고 있는것이다.
「카세트로 소식보내기」는 가족들의 생활과 감정을 음성을 통해 생생히 들려줄뿐더러 편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방대한 양을 담을수있어 해외춰업자 가족들이 많이 이용하고있다.
해외에 나가는 우편물을 담당하고있는 강용구씨 (중앙우체국 접수1계장) 는『83년봄부터 편지대신 카세트를 중동지방에 보내는 주부들이 늘고있다』면서 올해들어 그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고 전해준다.
현재 해외취업담당업체가 운영하는 가족상담실은 20여군데. 최근들어 카세트에 사연을 담아 보내는 국내가족들이 늘어남에따라 가족상담실에서 직접 카세트를 맡아 해외에 보내는 우체국업무까지 개설하고있다.
이러한 추세는「카세트로소식을 보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테이프를 판매하는 현대음반등의 테이프업체에도 영향을미쳐 판매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
유진규씨(동아건설상담실장)는『처음에는 고국의 향수를 달래기위해 한국가요가 녹음된 카세트를 보내다가 점차편지글월을 카세트에 담아보내는 카세트소식이 중동근로자들 입을 통해 전파되기시작했다』면서 요즘은 중동근로자들이 먼저 고국의 아내들에게 카세트로 소식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답장역시 대부분 카세트에 사연을 담아보내고 있다는것.
그러나 카세트에 사연을 담는 일은 편지쓰는 것보다 쉽지 않다. 가정에서 녹음을 하다보면 잡음이 생겨 녹음상태가 깨끗하지 못하고 l시간30분이라는 긴시간을 가족들의 음성으로 녹음 하자면2, 3일이 걸리기 일쑤.
카세트편지보내기를 몇번하다 중도에 포기한 주부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라크북부철도관리사원으로나가있는 배관의씨 (28 현대건설) 부인 이은림씨는『아이들의 노래와 아버지에게 하고싶은말, 가요중에서 신곡소개, 간단한 국내뉴스를 녹음해서 보낸다』면서 이를 받아 들어본 남편이 눈물을 흘리면서 수십번씩 반복해 들었다는 답장을 받고 이제는 2주일에 한번씩 보내는것이 일과가 되였다고 얘기한다.
이라크 나키프전장에 운전기사로 취업나간 이길용씨(41·동아건설) 부인 김삼순씨 또한『카세트로 소식을 보낸 경험이 1년정도되어 이제는 남편도 이라크가요나 자신의 음성을 녹음해 보낸다』면서 편지에 비해 가족의 생활모습이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수있어 남편이 안심하고 일할수있게하는 좋은 교류방법이라고 기적한다.
김씨는 녹음을 처음하는 가정의 경우 가능한한 욕심을내지말고 편지를 쓰듯 가족들의 안부를 얘기하고 다 채워지지않은 부분은 라디오에서 흘러니오는 노래를 녹음하는 형식이 초보단계라고 말해준다. 다음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나 작문을 읽어서 녹음하고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가족들이 모르게 아이들이 노는 현장이나 등교하는 모습등을 담으면 한층 생생한 가정생활을 현장감있게 담을수 있다고 충고한다.
카세트에 사연을 담는「카세트로 소식보내기」는 녹음구성이나 기술에따라 아기자기한 맛을 살릴수 있어 어떻게하면 보다 재미있게 녹음구성을 할수있느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것이 경험자들의 의견이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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