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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요즘 10대들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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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는 남자친구 만드는 거예요.” 중학교 1학년이 된 김모양의 올해 목표는 이성교제다. TV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로맨스가 자신에게도 일어나길 꿈꾸고 있다. 오는 14일 화이트데이에 그 아이가 내게 사탕을 선물하지 않을까. 따뜻한 봄 햇살 아래 김양의 마음도 설렌다. 10대들의 사랑.

부모님은 “사랑은 대학 입학 후에나 하는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학원에 가면 멋지고 예쁜 이성친구를 만날 수 있고, 10대 아이돌은 TV에 나와 사랑 노래를 부른다. 드라마·영화 등에선 노골적인 성 표현이 넘쳐난다. 10대들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고, 이성교제 풍속도도 달라졌다. 어른들은 모르는, 달라진 10대들의 이성교제를 들여다 봤다. 50여 명의 초·중·고교생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女 솔로 창피해, SNS에 남친 구함
男 여자친구보다 게임이 좋아

여: 기념일 이벤트 해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인 이모(서울 서초구)양은 화이트데이에 남친(남자친구)에게 사달라고 할 선물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빨간색 립밤, 매니큐어, 은반지 중에 뭘 사달라고 할까 고민 중”이다. 지난 2월 밸런타인데이엔 이양이 남친에게 ‘문상(문화상품권)’을 선물했다. 지금 남친과 사귄 건 한 달 정도 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사귀던 남친은 이양이 원하지 않는 엉뚱한 걸 선물로 줬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후론 각종 기념일 전에 받고 싶은 걸 미리 말하기로 결심했다. 이양은 그 남친과 헤어진 후 다른 한 명의 남친을 더 사귀었다. 그 친구와도 헤어지고 새로 사귄 게 이번 남친이다. 한 달이나 됐으니 비교적 오래가는 편이다. “남친 없는 친구들 거의 없어요. 기념일에 이성친구가 없으면 좀 창피하기 때문에 기념일 직전에 이성친구를 급하게 만들기도 하죠”라고 전했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뿐 아니라 챙겨야할 기념일이 초등학생들 사이엔 훨씬 더 많다. 사귀기 시작한 다음엔 일주일, 10일, 20일, 한 달 단위로 기념일을 만들어 선물을 주고 받거나 이벤트를 한다.

6학년 박모(서울 송파구)양은 스스로를 ‘모솔(모태솔로의 준말. 태어나서 한 번도 이성교제를 못해본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비밀이다. 박양은 “모솔이라고 말하면 친구들이 놀려요. 이성교제에 아예 관심이 없는 애들도 있지만 꽤 많은 애들은 남친이 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것처럼 말해요”라고 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발육이 빨라진 요즘은 이때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즈음부터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하고, 남자친구들을 만들고 싶어한다. 연애 경험을 자랑하고 남친을 사귄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대체로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로 짧게 사귀는 경우가 많다. 길면 석 달 정도 간다. 남친을 만들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 속 어른들의 이벤트를 흉내내고 싶어서다. 박양은 “학교에는 맘에 드는 남자애가 없어서 SNS 프로필에 ‘남친 구함’이라고 적어놨어요. 그걸 보고 친구들이 남친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프로필을 본 남자애가 쪽지를 보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남: 아직은 이성교제에 별 관심 없어
6학년 강모(가명·서울 서초구)군은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같은 반 여학생 두 명으로부터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았는데 그 둘이 모두 자신에게 화이트데이 사탕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강군은 “여자애들한테 별 관심도 없는데 막무가내로 초콜릿을 주고는 둘 중 하나를 결정하라니 황당하다”며 “중학교 가기 전에 경험 삼아 이성교제를 해야하는 건지,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남학생들은 고학년이 돼도 이성교제에는 별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 이모(가명·서울 서초구)군은 이성친구보다 게임이 더 좋다고 했다. “여자애들은 이유 없이 삐치고, 사귀면 남자친구들이 놀리기 때문에 별로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개중엔 여친을 사귀는 남학생들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남학생들 중에는 좋아서 사귀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자애가 좋다고 해서, 혹은 경험 삼아 사귄다는 경우가 많았다. 6학년 이모(서울 마포구)군은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나랑 사귀기 싫다고 해서 나 좋다는 여자애랑 사귀는 중이다”라며 “초등학교 시절 추억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모(가명·서울 강남구)군은 “부모님도 내 이성교제에 대해 알고 계신다”며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고, 심각하게 사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신다”고 전했다. 윤군은 두 달째 교제 중인 친구와 손을 잡는 정도의 스킨십은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스킨십은 부담스럽다. 주변 친구들 중 이성교제를 하는 애들 대부분 손을 잡는 정도의 스킨십을 하거나 스킨십이 전혀 없는 편이다. “학교에 가거나 올 때 손을 잡기도 하지만 친구들이 놀려서 보이는 데서는 잘 안 해요. 주말이요? 주말엔 부모님과 갈 데가 많아서 여친과 보낼 시간이 없어요.” 

[중학교]
女 키스 안 하면 차일까봐 걱정돼
男 받아주면 진도 더 나가고 싶어

여: 드라마 같은 로맨틱한 사랑하고 싶어
중학교 2학년인 김모(성남 분당구)양은 같은 학교 동갑내기 남학생과 알콩달콩 연애 중이다. 그런 김양에게 요즘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남자친구가 너무 좋지만 키스를 요구하는 통에 부쩍 싸움이 잦아졌다. 김양은 “남친을 너무 좋아하지만 아직 키스까지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키스는 고등학교 가서 하자고 말하면 남자친구가 자꾸 화를 내서 친한 여자친구들과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이 좋아해서 먼저 사귀자고 했던 남친이기 때문에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헤어지자고 할 것 같고, 키스를 하면 엄마 보기가 미안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특히 이번 화이트데이의 경우 남자친구가 키스를 기대하는 눈치라 더욱 부담이다.

중학교의 이성교제는 초등학생 때와는 양상이 달라진다. 남학생들은 본격적으로 성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다. 반면 여학생들은 그런 남학생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중학교 여학생들이 꿈꾸는 이성교제는 드라마처럼 로맨틱한 장면들의 모음인 경우가 많다.

남녀 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성교제에 따른 위험도 크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 청소년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 때 성관계를 한 경우 임신에 이르는 비율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관계를 하는 경우의 수는 훨씬 작았지만 임신에 이르는 비율은 고등학생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를 실시한 여성가족부 측은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학생은 매우 소수지만 성 관련 지식의 부족 등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비중은 고교생보다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중학교 여학생들은 공부 잘하고 남친도 있는 친구들을 선망한다. 올해 중3인 이모(서울 마포구)양은 “공부도 하면서 남자친구도 사귀면 친구들이 은근 부러워한다”며 “외모나 성적이 좋은 남자친구를 짧게 만나는 건 공부에도 방해가 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한동안 성적이 떨어졌다는 중2 김모(서울 송파구)양은 “나는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남자친구는 헤어지고 일주일도 안 돼서 내가 아는 애랑 사귀기 시작했다”며 “화도 나고 쟤가 내 얘기를 하고 다니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생겨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남: 연애 감정보다는 성적 호기심
중학교 3학년 박모(성남 분당구)군은 같은 반 여학생이 먼저 사귀자고 해서 30일째 사귀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도 대견하다. 주변 친구들의 평균 교제 기간은 2주일인데 그 기간을 넘겼기 때문이다. “좋아서 사귄다기보다는 여친이 내 말을 잘 듣고 나를 좋다고 하니까 사귀는 거다”라며 “얘보다 더 나은 애가 사귀자고 하면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예쁘고 인기가 많을수록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돼서 주기적으로 바꾸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져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내 친구와 사귀어도 문제 삼지 않는다. 첫키스는 이미 중학교 1학년 때 했다. “가슴이 뛰고 걔 생각만 나고 뭐 그래서 사귀는 게 아니다”라며 “성적 호기심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교실에서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수업을 듣다가 벌점을 받았다는 중2 김모(고양 일산구)군은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필기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며 “수업 시간에 손 잡은 건 잘못이지만 벌점까지 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체육시간에 포옹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쉬는 시간에 어깨동무를 한 채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있다는 게 김군의 말이다. 그는 “스킨십을 하면 아무래도 더 진도를 나가고 싶긴하다”며 “여자친구가 받아주면 진도 나가는 거고 안 받아주면 못 나가고 그러는데 거절당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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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남녀 차이보다 비연애파·연애파로 갈려
“중학교 때 끝내야” vs “왜 나쁘게만 봐”

질풍노도같은 중학 시절을 보내고 나면 남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게 된다. 그보다는 연애를 중단하고 공부에 전념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시기가 온다. 인터뷰에 응한 남녀 고등학생들은 공부에 전념하는 경우와 어른스런 연애를 지속하는 경우로 나뉘었다.

공부에만 전념: 대입 앞두고 무슨
고2 이모(서울 강남구)양은 청소년 이성교제에 대해 반대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성교제를 하고 있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뒤로 미루고 연애에만 몰두하는 친구들을 보면 한심해 보인다. 이양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땐 공부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연애하는 친구들의 경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얼마 전 단짝 친구가 남자친구와 싸우고 심각하게 고민하길래 헤어지라고 조언해줬더니 화를 내더라. 더 이상 그 친구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고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중3까지 여러 번의 연애를 했다는 고2 김모(서울 서초구)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성교제를 중단했다. 김군은 “중학 시절엔 SNS에서 본 예쁜 여자애들에게 ‘예쁘다 사귀자’며 쪽지를 보내기도 하고 ‘노는 여자애’를 골라 가볍게 사귀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그런 일들을 그만둔다”고 전했다.

올해 고2가 된 이모(서울 송파구)군은 “초등학교 때야 연애라고 할 수도 없는거고, 중학교 때 남자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진다”며 “이때 올바른 연애관을 갖지 않은 친구들은 어른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무책임한 연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게 된다고 했다. 연애를 아예 안 하거나 연애를 하면 진지하게 하는 편이라고 했다.

고3 이모(성남 분당구)양은 같은 반 커플의 100일 기념일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한 남학생이 교실에서 고가의 명품 핸드백을 여친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양은 “같은 학생이 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었다”며 “연애하는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는 명품백이나 아이패드 같은 고가의 선물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여자친구와 어깨동무를 하고 교내를 걷다가 벌점을 받았다는 고2 강모(서울 송파구)군은 “지금 같으면 교내에서 안 그랬을 텐데 중학교 때만해도 친구들 앞에서 여자친구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 남자라면 이 정도에 쫄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사랑: 사랑이 죄인가
고2 김모(고양 일산구)군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사귄다. 본래 공부에 관심 없는 문제아였는데 여친을 만난 후부터는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같이 성적을 올려서 같은 대학에 가자고 다짐하고 둘이 훨씬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2 이모(서울 강남구)군도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싸우기도 많이 하지만 가장 의지되는 친구다. 성적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하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나 친구 관계에 대해 서로 비밀 없이 터놓는다. 한때 헤어졌던 적도 있었지만 진실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여자친구밖에 없다는 생각에 다시 잡았다. 양쪽 부모 모두 맞벌이라 집에서 공부도 하고 TV도 본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키스 사진 등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한다. “반응이 폭발적인데 부럽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며 “커플들끼리 더 잘 나온 사진으로 과시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화보 같은 사진이 나올까 고민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는 고2 이모(서울 강남구)군은 미국에서는 이성교제를 하면 가족들이 축하해주고 가족 여행에 초대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선 이성교제를 무조건 안 좋게 보는 것 같아 불만이다. “미국에서는 건전한 성관계나 연애관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듣는다. 그런데 한국은 무조건 숨겨야 하고 그러다 들키면 혼나고 문제아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있어서 더욱 음성적으로 변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학교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이성교제를 받아들이면 아이들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나 무책임한 행동을 하면서 우쭐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고2 윤모(성남 분당구)군은 “캐나다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피임이나 콘돔 사용법,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연애방법에 대해 지도하는데 한국에서는 생물학적인 기관에 대한 설명, 가령 ‘몸은 소중해요’ 정도의 말만 한다”고 답답해 했다. 그는 “고교생 중 이성교제 중인 적지 않은 아이들이 성관계를 한다고 보면 된다”며 “아이들은 성관계를 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이성교제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뒤떨어진 시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1 박모(서울 마포구)양은 “얼마 전 질염이 있어서 산부인과에 간 적이 있는데 병원내 사람들이 쳐다보는 이상한 시선과 간호사 언니의 쌀쌀맞은 반응에 상처받았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성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친한 친구가 성관계 후 질에 상처가 났다고 하면서도 병원에 못 가더라”며 “학생이 성관계를 했다는 걸 문제 삼지 말고 문제가 생기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느 카사노바의 고백]
중학교 때 매주 여친 바꿔 … 애정 없는 사귐, 추억도 안 남네요

취재를 위해 만난 고2 수영(가명·서울 강남구)군은 청소년 이성교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그는 시간이 흐르자 “성적 호기심으로 하는 연애는 안 하는 게 좋아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이성교제를 해요”라며 자신의 중학시절에 대해 털어놓았다. 수영군의 말을 그대로 정리했다.

중학교 때 매주 여자친구를 바꿔가며 만날 정도로 연애에 몰두했다. 누굴 좋아하는 순수한 감정이 아니라 순전히 성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만남이었다. 부모님은 이성교제를 하는 걸 알고 계셨는데 한마디도 안 하셨다. 집에 콘돔을 흘리고 다닌 적도 있는데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다 한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고 선생님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져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 여자 친구는 낙태 수술을 했다. 죄책감이 생겼다. 사랑해서 사귄 친구도 아니었다. 나도, 그 친구도 큰 상처를 받았다. 1년간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지금은 공부만 하고 있다. 중학생들이 연애하는 거 안 봐도 뻔하다. 정말 사랑해서 선을 지키면서 사귀는 애들이 있다는 건 나도 안다. 그렇지만 요즘 애들 보면 길에서도 스킨십이 굉장히 세다. 무릎 위에 앉아있기도 하고 가슴이나 엉덩이에 손이 올라가 있기도 하다. 그 친구들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그럴 주제도 못되고. 다만 선은 지켰으면 좋겠다. 후회하지 않게. 애정 없는 사귐은 추억도 안 남는다. 나는 중학교 때 만난 애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보고 싶은 애도 없다. 그냥 시간 낭비 인생 낭비를 했던 거다.

개인적으로 나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연애를 통제 했으면 좋겠다. 아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부모님이 나의 중학교 때 행동을 제재했더라면, 혼을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 내가 잘못한 거지만 그땐 아직 어렸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성교제를 하는 자녀가 있다면 건전하게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연애관이나 임신 후 벌어질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어렵게 고등학교에 들어왔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 그리고 나서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서 누가 봐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연애를 하고 싶다.

김소엽·조한대 기자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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