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시급|세계은-한국 농업 연구 보고서에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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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 은행은 최근 「한국의 농업 부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 2000년대의 식량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업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특히 한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초지 개발 사업과 간척지 개간 사업은 충분한 타당성 조사와 경제성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오는 91년께에 주곡 자급이 예상됨에 따라 쌀 증산 위주의 정부 투자 정책도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10개년 계획 (82∼91년)을 통해 1조원을 들여 20만 정보의 초지 조성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산간 지역의 급수 문제와 급경사·도로 사정 등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지 면적 확장을 위한 간척지 개간 사업 역시 개간 비용이 정보 당 3천5백만원으로 기존 농지 가격의 2배에 달할 뿐더러 개간 이후에도 급수 사정이 나빠 경제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5∼10년 동안 한국 정부가 역점을 둬서 추진해야 할 부문은 이 같은 대규모 초지 조성 사업이나 간척 사업 대신 유통 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농촌 지역의 사회간접 투자 쪽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촌의 통신 시설과 도로 확장에 주력해서 생산 농민과 도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유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 나가는 일이 정부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70년의 1백36kg을 고비로 91년에는 1백9kg, 2001년에는 90kg으로까지 줄어들 것이 예상되므로 90년대에 들어서는 주곡 자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의 경우 1940년대의 1인당 쌀 소비량이 1백35kg이었던 것이 80년에 와서는 79kg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육류 소비량은 2000년대에 이를 경우 지금의 갑절 수준으로 증가될 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농산물 수입에 따른 외채 증가를 줄이기 위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옥수수·콩 등의 밭작물과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는 사료 작물 재배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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