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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레크리에이션 지도자 김하나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름다운 마음의 젊은이들, 요들리 요들리 요들리, 흥겹게 춤추며 노래하네. 요로로 레이 레이리리….』
통, 통, 통, 기타를 퉁기면서 맑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요들송을 노래하면 어느 덧 그 곳에는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가 생겨난다.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 주변사람들은 스스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김하나영(26)-. 레인보 국제레크리에이션계의 대표. 그는 한국 레크리에이션계의 10여명, 많지 않은 지도자들 가운데 거의 유일한 여성지도자다.
고불고불한 퍼머머리 아래 화장기 없는 둥근 얼굴, 맑은 하이톤의 목소리에는 아직 소녀티가 역력한데 그 점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흔히들 각 직장 야유회·망년회 등의 모임에서 게임을 지도하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레크리에이션 지도자들의 하는 일은 너무 다양해요. 예를 들어 각 회사의 창립기념파티·체육회·신임사원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행사의 기획부터 진행….』 스케이트·스키·테니스·골프 등의 각종 스포츠·미술과 음악, 각종 캠프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이 아닌 한 모두가 여가를 이용하는 방법 즉, 레크리에이션에 속하니 그만큼 지도자들의 활동 가능 영역이 넓다는 것이다. 특히 나날이 사회구조가 복잡해져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데다 그런 대로 경제사정이 나아지는 사회변화에 따라 한국에서도 이제는 갈수록 여가를 찾고, 여가를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따라서 훈련받은 레크리에이션지도자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특히 야유회시즌인 4∼5월이나 10월, 그리고 망년회가 많은 12월에는 출장요청이 밀립니다. 그런 때는 20명 정도의 아르바이트 지도자를 쓰지만 한달 40∼50회 출장요청을 모두 소화할 수가 없어요.』
시즌에는 두 달 전쯤 예약을 해야 그들이 원하는 조건에 곡 맞는 지도자를 출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출장요청을 받으면 김양은 우선 그 모임의 성격, 참가인원, 그들이 하는 일, 참가자의 연령 등을 면밀히 알아보고 그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짠다.
『새로 만나 낯선 사람들도 처음에는 서먹서먹해 하다가도 같이 손을 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노래를 부르다 보면 금방 친해지게 마련이예요. 이제는 다른 사람의 노래나 춤을 듣거나 보고 즐기던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함께 참여해서 즐겨야해요. 모두들 그걸 원하구요.』 어린아이들로부터 70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는 『동구 밖 과수원길…』 동요로부터 흘러간 옛 노래, 뽕짝에 이르기까지 3백여 곡의 노래를 가사 한 줄 틀리지 않고 부른다.
피아노·기타·크로머하프·아코디언·만돌린 등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스케이트·스키·골프·탁구·테니스 등의 스포츠도 수준급이다. 윈드서핑은 78년 한국 초창기 보급회원으로 참가하여 익혔다.
서울행당국민학교 시절부터 걸스카웃 유년대 브라우닝생활을 시작한 그는 금호여중·배화여고 시절 걸스카웃활동을 통해 게임지도를 익히고 리더십을 훈련했다고 한다. 연세대(교육과) 재학 시에는 YMCA 그 유명한 요들클럽 에델바이스의 열성당원. 학교축제 사회는 도맡아했다. 골목 안 유치원 보모 등 봉사활동도 했다.
대학졸업 후 장시 유치원보모로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페레스호텔의 10평짜리 방 하나를 얻어 사무실을 내게되었다고 한다. 82년 1월이었다. 1년 전 현재의 신문로로 사무실을 옮겼다.
외부의 출장요청에 따라 달라지므로 수입은 일정치 않다. 게임리드는 시간당 7만원선, 야유회 출장은 하루 7만원선. 시즌에는 한달 보통 1백만∼1백50만원의 수입이 있지만 대부분 사무실확장·비품구입 등으로 쓴다. 결혼을 위한 저축을 따로 하고 있지 않다. 개인용돈은 1개월에 20만∼30만원선. 항상 청바지에 티셔츠나 점퍼차림으로 바삐 뛰어다녀다 보니 의상 비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모든 사람을 기쁘게, 즐겁게 해주어야하는 직업이니 만큼 제 자신부터 행복하지 않으면 안돼요. 늘 몸과 마음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지요. 머리와 몸이 함께 움직여야하니 만큼 무척 고달프지만 보람도 커요.』
올해부터는 이화여대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캠프지도자들에게 전문직업의 하나로 교육을 시작하니 앞으로는 좋은 여성레크리에이션 지도자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인쇄업을 하는 김일훈씨(56) 의 3남1녀 중 장녀. 앞으로의 희망은 젊은 직장여성들을 위한 예절·공예·체육 등의 목적별 캠프를 폭넓게 개발하여 보급하는 일이라고 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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