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신세" 노년 남성 이혼상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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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A씨는 동생 빚보증을 섰다가 큰 돈을 잃은 뒤 모든 재산을 부인 명의로 돌려놨다. 그가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아왔다. “아내가 돈 한 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사람 취급도 안 한다. 이혼해서 재산 일부라도 찾아 내 맘껏 쓰고 싶다”고 말했다.

 황혼에 다다른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가 9일 공개한 2014년 상담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은 373건으로, 2004년 45건에 비해 10년 만에 8.2배로 증가했다.

 황혼이혼 상담 남성들은 대체로 홀로 남겨지는 걸 힘들어했다. 60대 B씨는 “아내가 혼자 여행을 가버리거나 혼자 취미생활을 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80대 C씨는 “지병이 많은데 아내가 재산을 정리해 가출했다”며 도움을 청했다. 2014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재작년 20년 이상 동거 부부의 이혼은 전체 이혼의 28.1%(3만2433건)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밖에 가정법률상담소에는 자녀들을 상대로 한 부양료 청구 방법 등 고령화 사회를 실감케 하는 문의가 많았다. 부양료 상담은 145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2.2배 늘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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