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총장과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제적 학생 재입학을 앞두고 학교측의 입장을 기자 회견을 통해 밝히는 이유는.
▲ 정부에서 제적 학생 복교 조치 발표 이후 학교에서는 복교의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여러 번 토의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복교 대상 학생들이 예상했던 대로 모임을 갖고 요구 조건을 내거는 등 단체 행동을 보이고 있어 학교측의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복교가 「선별이냐, 전원구제냐」하는 항간의 논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자율화 해야하는 시점에서 교수·재학생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계기도 되리라고 생각한다.
-면학 자세를 갖춘 제적 학생이라면 전원 재 입학시킬 방침이라는데 면학 자세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 물리적인 기준은 없고 제적 학생이 재학 당시 지도교수와의 면담을 통해서 제적 후의 동정을 살펴보고 또 공부할 자세가 되어있느냐는 것도 파악해야 되고 학생은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구체적인 다짐 정도는 필요하리라 본다.
-제적 학생 복학 후 학생들의 지도 방안과 학원 사태 재발 시 대책은.
▲ 대학생들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므로 학교측에서 보다 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복학 조치를 계기로 자율화의 폭도 넓어졌으므로 학원 사태 재발 시 지도를 통해 선도할 것이나 학칙 적용은 예전과 같다.
-제적 학생이 복학 할 경우 신학기부터 학원 사태가 재연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 대학은 지성이라는 자산을 가진 집단이므로 학생들에게 지성을 발휘하도록 호소하고 싶다. 또 다시 학원 사태가 심화될 경우 제적 학생 복교로 마련된 대학 자율화의 폭이 줄어들고 타율의 폭이 커지게 될 것이므로 학생들이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학생들의 현실 참여와 좌경 의식화에 대한 대처 방안은.
▲ 학생들이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 방법이 문제다. 대학인은 학문을 하는 입장이므로 이론적인 측면에서 행정·입법·사법 등 각 방면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나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은 곤란하다. 학생들은 대학 재학 중에 학업에 전념해 기성 세대가 되어서는 불신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생들의 과격 의식화에 대해서는 교수들이 이론·경험 등으로 지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생의 사상이 교조적·도식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자신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기초가 엷은 데서 배태된 고정관념이 경직화되지 않도록 스스로 반성, 노력해야 한다.
-제적 학생들이 재입학을 앞두고 내세우는 정치적 선행 조건과 집단 행동에 대한 대책은.
▲ 대학은 개성이 존중되는 곳으로 집단 행동은 민주적인 대학에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요구사항은 학생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학교에서 공부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따라서 학생들이 대학으로 돌아와 개별적인 학문의 기회를 갖도록 당부하고 싶고 항상 대학은 「정치의 장」이 아니라 학문과 교육의 터전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러나 학생들이 집단 행동을 고집하면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설득할 것이나 부득이할 경우 수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제적 학생 복교와 관련, 정부와 사회에 바라고 싶은 것은.
▲ 정부측에서는 그동안 학생이 늘어난 것에 비해 시설이 뒤따르지 못했으므로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하고 사회 각계 각층에서는 학생들을 초당파적·초종교적 입장에서 보호·지도해야한다.
-제적 학생이 복교 후 말썽을 일으킬 경우 지도교수의 책임 문제가 뒤따른다는데.
▲ 지도교수는 교육자적 책임에서 진정한 면학 분위기를 이루도록 지도하라는 의미일 뿐이다.
특히 지도교수는 복학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대학생 전체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이번 복학 조치는 대학이 가야할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학원 자율화와 정상화의 계기는 늘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번 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리고 대학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결집해서 진정한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