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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금산법 '분리대응안' 채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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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열린우리당은 24일 삼성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 문제와 관련,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이른바 '분리 대응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분리 대응안이란 재벌계 금융계열사가 소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 중 5% 초과분에 대해 관련 규정(금산법 제24조)이 신설된 1997년 3월 이전 취득분의 경우 의결권만 제한토록 하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취득분은 의결권 제한 후 일정 기간 안에 자발적으로 해소토록 하되,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강제 처분 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법으로 확정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 중 5%를 초과한 2.2%는 의결권이 제한되며,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4%) 중 20.64%는 유예기간 안에 해소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분리 대응안과 '일괄 해소안'(법 개정 이전.이후에 관계없이 유예기간 안에 해소하지 않으면 강제 처분 명령)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분리 대응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인영 의원 등 당내 재야파는 의총에 앞서 보다 강경한 입장인 일괄 해소안을 주장하며 의원 79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당론화하는 데 실패했다.

이인영 의원은 의총에서 "당 밖에서는 이 사안을 당의 정체성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일괄 해소안으로) 당론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혁규.홍재형 의원 등 당내 경제통들은 "기업의 경제활동에 불필요한 규제가 있어선 안 된다" "법 개정 이전의 과거 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론을 폈다.

정세균 의장 겸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자세"라며 박수로 당론 채택을 유도했다. 정 의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당의 명령을 어기고 나홀로 간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당론을 존중하고 따르는 게 당원의 책무"라고 군기를 잡기도 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여당 당론과는 별도로 정부 안도 있으므로 국회 재경위에서 원만하게 절충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안은 법 개정 이전의 초과 취득분은 예외를 인정하고, 개정 이후 취득분은 의결권만 제한하는 내용으로 열린우리당의 분리 대응안보다 부드럽다. 삼성은 여당 안이 확정될 경우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M&A) 가능성 증가 등 경영권 위협을 걱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원내 공보부대표는 의총 후 "향후 국회 재경위 소위.전체회의 심사 과정에서 정부 안을 당론에 맞게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 다수가 "여당의 분리 대응안은 사실상 소급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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