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특별법헌소각하]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 모두 "각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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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수로 작용한 두 명의 재판관"=이번 각하 결정에는 지난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던 재판관 8명 중 2명(이공현.조대현 재판관)이 교체된 점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신행정수도 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때 전체 9명 중 8명의 재판관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전 재판관만이 유일하게 "'수도=서울'은 관습헌법이 아니다"며 각하 의견을 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올해 3월과 7월 각각 재판관에 취임한 이공현.조대현 재판관은 이번에 전 재판관과 같은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 3명은 "설령'서울=수도'가 관습헌법이란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올 6월 임대소득 탈루 논란 끝에 사임한 이상경씨가 퇴임하면서 열린우리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사건 때 사법시험 동기(17회)인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 지난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정부 측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화우에 몸담았었다.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김영일 전 재판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 재판관은 최종영 전 대법원장의 추천을 받았다.

한편 이들 세 명의 재판관은 지난달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각하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5대 4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조대현.전효숙 재판관은 최근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한 지방공무원법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근로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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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재판관 5명 교체=헌재는 지난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거쳐 신행정수도특별법.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등 잇따른 정치적 사건에서 최종 결정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위상이 확대되고 있는 헌재의 재판관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내년 8~9월 윤영철 소장을 비롯해 권성.김효종.송인준.김경일 재판관 등 5명이 퇴임한다. 게다가 윤 소장과 송 재판관은 대통령의 추천 몫이다. 헌재의 이념적 기반이 진보적인 방향으로 바뀔 공산이 큰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 자리는 정치적 성향보다 법률적 지식과 경륜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현 정부가 코드 인사를 통해 헌재를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지봉 건국대 교수는 "그동안 헌재가 너무 보수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처리해 온 게 사실"이라며 "보수.진보의 균형을 위해서도 인적 쇄신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수.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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