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염증까지 찾아내 척추관협착증 말끔히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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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는 건강의 대들보다. 척추가 바르고 튼튼해야 모든 장기가 제자리에 위치하고, 만성 통증에 시달리지 않는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척추도 늙는다는 것이다. 퇴행성 변화를 겪은 척추는 통증을 유발한다. 척추관협착증이 대표적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수신경이 통과하는 척추관·추간공이 노화로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08년 64만 명에서 2012년 114만 명으로 연평균 15.6%씩 증가했다.

연령대별(2012)로는 70대가 32.7%로 가장 많았으며 60대(29.2%), 50대(19.8%) 순으로 노년층이 대다수였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이 전체 진료 환자의 60%를 차지했다. 광혜병원 박경우 원장은 “만성요통과 하지통을 유발하는 척추관협착증은 고령화사회에서 국민병이 되고 있다”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척추관협착증을 극복해야 노년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 막히면 하반신 전체에 통증

척추관은 뇌에서부터 나와 목뼈·등뼈를 통과해 허리·하지로 이어지는 신경통로다. 척추관이 노화하고 강한 충격을 받으면 염증이 생긴다. 특히 염증은 추간공을 막히게 하는 주범이다. 추간공은 척추뼈 사이의 신경가지가 지나는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 염증이 생기면 신경이 붓고 조직·인대가 거미줄처럼 유착된다. 유착이 심한 추간공은 혈관·림프관·자율신경을 누르고 옥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딱딱해져 척추관협착으로 진행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엉덩이와 허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다. 허리에서 시작한 통증은 점점 다리로 내려가 발바닥까지 아프다. 혈류가 막혀 피가 원활하게 돌지 않아 저리고 시린 증상도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간단한 약물이나 운동치료를 통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진행돼 다리가 저릿저릿하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요즘 척추질환 치료에는 절개수술보다 비수술요법이 널리 쓰인다. 짧은 시술 시간, 부분마취, 통증 제거라는 삼박자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통증의 원인을 직접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술이라면 금상첨화다. 박경우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통증의 근원을 없애는 게 핵심”이라면서 “척추관·추간공을 막고 있는 염증을 제거하지 못하면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오래 가지 못한다. 재발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말했다.

추간공확장술, 통증 근본 원인 제거

신경 압박과 염증 제거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추간공확장술이 꼽힌다. 추간공 주위에 엉겨붙어 있는 조직을 박리해 신경 압박을 풀어줄 수 있다. 추간공확장술은 막힌 하수도를 뚫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하수관을 해체하지 않고 이물질만을 끄집어내 시원하게 물이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추간공확장술도 유착된 조직을 떼어내 추간공을 넓히고 염증 유발 물질을 척추관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면 치료 효과는 배가된다.

추간공확장술은 꼬리뼈 대신 옆구리 쪽으로 추간공에 접근한다. 부분마취를 통해 특수 키트를 추간공 근처에 위치시키고 염증을 조심스럽게 긁어낸다. 염증 유발 물질만 제대로 제거해도 신경 압박이 점차 풀리고 추간공을 지나는 혈관, 자율신경 기능이 회복된다. 이때 추간공이 뚫린 상태에서 약물을 적절히 주입하면 염증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박경우 원장은 “비수술요법을 시행할 때 추간공이 뚫렸는지 여부는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라면서 “추간공확장술과 다른 시술을 병합해 시행하면 치료 효과를 보다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척추관 내 염증 제거는 신경 치료는 물론 혈류를 원활히 돌게 만든다. 자율신경도 제 기능을 회복하면서 저리고 시린 증상을 없애준다. 추간공확장술은 부분마취 하에 시행돼 조직 손상과 상처가 적다. 시술 시간이 15분 정도로 짧아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자에게도 유효하다. 회복이 빨라 시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 박경우 원장은 “기존의 보존적 치료를 보완하고자 개발된 것이 추간공확장술”이라면서 “압박된 척수신경을 정확히 찾고 추간공 깊숙이 자리 잡은 염증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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