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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전문경영인(25) 삼미 그룹(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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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삼미특유의 경영체질은 우선 주력회사들이 대부분 제조업종이라는데서 찾아진다. 목재상으로부터 출발, 철광업·특수강….
따라서 경영인맥도 실무출신의 중역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삼미의 간판 전문경영인으로 꼽히는 최창선 삼미특수강사장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선대 김두식회장때부터 오른팔 역할을 해온 그는 삼일빌딩건축을 비롯해 속속들이 지금의 삼미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거의 모든 일에 깊이 간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장단 중에서 유일하게 고졸 (용산고)출신인 그는 입사경력으로쳐도 가장 고참 (61년 입사) 이래 74년 공장가동을 시작한 이래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던 특수강을 작년에 비로소 40억∼50억원선의 흑자로 전환시킨것도 그의 공로가 결정적이었다는 주위평가다.
최사장이 제조업 일선에서 삼미를 끌어온 기둥이라면 판매영업 쪽에서는 임성택 (주)삼미사장을 선두주자로 꼽는다. 경력역시 세일즈통으로만 일관해왔다. 박광보 삼미광업사장은 겸직하고있는 기획조정실장업무에 더 주력하는 입장이다. 젊은 회장의 상담역으로서 회장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기획조정실 기능자체가 그룹전체의 경영관리 및 인사관리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있어 영향력이 크다. 대외관계는 그룹부회장이며 삼미특수강회장인 엄빈씨가 맡는다. 국세청출신인 그는 특수강 시작때 들어와 지금은 그룹내 최원로대접을 받는다. 경제단체회의 참석이나 대정부관계 등에서 젊은 회장을 대신한다.
이들 4명이 김현철회장이 비공식 소집하는 그룹운영자문회의 멤버들이다.
그밖의 경영인맥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넣었던 「특수강」출신들이 근간을 이룬다. 특수강을 살리기 위해 외부 스카웃이 많았고 이들이 자리를 잡아 다른 계열회사인 삼미금속·삼미단조·해운 쪽으로 풀려나간 케이스가 많다.
윤직상삼미금속사장겸 특수강부사장이 외부스카웃에서 기반을 굳힌 대표적인 케이스. 서독의 아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금속공학의 권위자다. KAIST 주물부장을 거쳐 특수강부사장으로 스카웃되어와 특수강생산의 기술애로극복에 큰 공헌을 했다.
김현철회장이 들어서고서 직접 스카웃한 케이스는 최근 인사때 삼미슈퍼스타즈 부사장에서 삼미유나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실동씨(42)와 삼미단조의 강영택씨 (42) 등­. 강영택사장의 경우 오원철경제수석과 함께 청와대에서 중화학담당이었고 한국중공업전무를 거쳤다.
재작년 취임이후 삼미단조의 경영실적이 눈에띄게 개선되어 주목을 끌고있는 새인물이다.
한편 경영부실에 대한 문책인사로 자리를 물러난 경우는 삼미해운사장이었던 송충원씨.
해양대학출신으로 그역시 해운부문에서는 삼미의 터줏대감중의 하나로 꼽혔으나 해운이 워낙 적자를 많이 내는 바람에 작년에 물러났다.
한때는 삼미그룹전체를 먹여 살릴 정도로 흑자를 내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었으나 세계적인 극심한 해운불황에 부딪치자 오히려 그것이 짐이되어 매년 수십억원씩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후임에 공인회계사 출신인 허천구사장을 앉힌 것도 어떻게 해서든지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고육지책이다.
이밖에 한 단계 아래 중역급으로는 최근 특수강전무에서 (주)삼미부사장겸 철광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정명환씨(53), 삼미해운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전창일씨(44), (주)삼미의 김종윤전무 (45) 등이 주목받는 골수 삼미출신들이다. 빼놓을 수 없는 삼미경영인맥의 또다른 특징은 김현철회장의 동문인 경기고 출신들이 그의 취임이후 서서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룹전체의 인화를 생각해서 특별한 요직을 눈에 띄게 맡기는 것을 삼가고 있는 편이다.
주로 이사급에 믿을만한 동년배들을 포진해놓고 있는데 장차 이들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경영인맥의 형성이 예상된다.
최근의 삼미그룹은 종전의 그들 답지않게 연평균 20%내외의 급신장 (매출액)을 계속해왔다. 김회장이 비록 매우 조심스런 2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역시 선대에 비해서는 성장중심의 경영전략을 펴온 결과다. 특히 해운업에 대한 적극적인 확장투자도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다행히 선대가 뿌린씨인 특수강이 최근 본궤도에 오르면서 완전히 그룹의 주력업종으로 자리를 굳혔다. 수지도 현저히 호전되고 있을뿐 아니라 소재산업으로서의 개발여지가 많아 이 분야에 대한 특화로 그룹경영 전략의 방향을 정해 놓고 있다.
사실 특수강은 삼미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중화학 바람이 한참 불면서 정부의 강권에 마지못해 시작했던 것이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김두식회장이 한창나이인 55세에 타계한 것도 특수강 건설에 탈진한 결과였다고 한다. 74년 공장가동 이후에도 특수강은 커녕 쓰잘데없는 고철을 생산해내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것이다. 제조과정에 필요한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특수강회사에서 정년퇴직하는 퇴물기술자들을 데려와서 기술전수를 받는 궁여지책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젠 매출액 규모가 2백억원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각종 방산제품을 비롯해 자동차부품·원자력발전소를 특수파이프까지 생산해낼 정도로 자체기술을 축적해놓고 있다.
이처럼 특수강 쪽에서 서광이 비치자 이젠 해운쪽에서 속을 썩이고 있는 것이 삼미가 당하고 있는 고민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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