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향지원만이 능사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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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개인별 성적통지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대부분은 예상은 했지만 지나치게 낮은 점수에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수준과 견주어 5점에서 10점정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경쟁상대인 동료들도 모두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백점을 얻은 고득점층에서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7점이 낮아졌다.
이 가운데 인문계는 6점, 자연계는 8점이 낮아졌다. 인문계의 3백점이상에 해당하는 전국등위 2천4백7등은 지난해 3백6점에 해당하고 자연계 9백92등은 3백8점과 맞먹는다. 남학생의 3백점은 3백6점에, 그리고 여학생은 3백9점에 해당한다.
모두가 지난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 가운데서도 자연계와 여학생의 점수가 특히 낮아졌다. 2백90점이상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이 점수는 인문계에서는 지난해 2백97점, 자연계에서는 2백99점에 필적한다.
남녀별로 보면 남학생은 2백97점에 해당하고 여학생은 지난해보다 26점이 떨어진 것이어서 지난해의 3백16점과 같은 위치다.
3백40점을 1백점만점으로 환산했을때 80점에 해당하는 2백72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고사결과 2백72점은 전체수험생 66만5천57명중 2만4백68등에 해당한다. 이등위는 지난해의 경우 2백81점에 해당. 9점이 낮아졌다. 인문계에서는 1만3천7백10등으로 2백80점, 자연계에서는 6천7백58등으로 2백84점에 해당, 각각 8점과 12점이 낮아져있다.
남녀별로도 공교롭게 2백72점의 경우는 남학생 8점, 여학생 12점이 낮아진 점수분포다.
이처럼 낮아진 득점분포에서는 어느 특정수험생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험생이 대학과 학과선택에 소심해지기 쉽다. 전반적으로 안전합격쪽을 택하는 하향지원추세가 지배적인 것이라는 일선고교진학지도교사들의 전망이다. 실제 합격선이 자신의 점수보다 낮은 쪽을 택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번 대학입시는 이처럼 낮은 득점분포외에도 지금까지 계열별 모집을 해온 대학이 학과별 모집으로 바꾸는등 모집단위가 세분됐고「점수풍년」으로 상향지원추세가 지배적이었던 지난해 실패경험등이 하향지원추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은 전반적으로 득점분포가 높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현행「선시험-후지원」제도에서는 반드시 하향지원추세가 지배적이게 마련이다.
학력고사와 내신등급이 정해졌고 다른 변수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점수를 알고있는 수험생이 합격에만 집착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모집단위세분은 가령 4백명모집의 1개계열이 40명모집의 10개학과로 나누어졌을 때 수험생들에게는 들어갈 자리를 좋게 보이도록해 소심한 지원자세를 갖도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문대 인기학과에서는 경쟁이 한산하고 중위권대학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월9일 원서점수마감시간까지 이같은 하향지원추세가 계속될 경우 일부상위권학과에서는 지원자 미달현상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2, 3지망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인 모집 인원미달은 크게 나타나지 않겠지만 인기 학과와 비인기학과의 합격선이 뒤바뀌는 현상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위합격선학과를 1지망으로 택하고 상위학과를 2, 3지망으로 택할수 있기때문이다.
대학 단일지원으로 한 장의 원서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수험생들로서는 합격이 보장되는 대학·학과선택을 최선으로 해야겠지만 이처럼 반드시 하향지원이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난해와는 달리 득점분포가 낮게 나타났던 82학년도 입시에서 명문대학을 피해 중위권 대학에 몰린 상위권 수험생들이 오히려 소신껏 지원을 못했기 때문에 낙방의 고배를 마셨던 전례는 이번 입시에서도 참고할만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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