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야오방 16년 만에 재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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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정치개혁을 주창하다가 1989년 덩샤오핑(鄧小平)에게 쫓겨났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가 16년 만에 정치적인 재평가를 받았다.

당 서열 5위의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은 그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좌담회 연설에서 "후야오방 동지는 오랜 경험과 충성심을 가진 공산주의 전사이며 위대한 무산계급 혁명가이자 정치가였다"고 평가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19일 좌담회 기사를 1면 하단에, 쩡 부주석의 기념사 전문을 4면에 각각 실었다.

쩡 부주석은 "후 동지는 온몸을 바쳐 중국 인민의 해방과 행복, 중국 사회주의 과업의 발전과 번영, 개혁.개방의 실행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이바지했다"며 "그의 솔직담백함과 통찰력, 혁명정신을 모든 공산당원이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쩡 부주석에 이어 자오훙주(趙洪祝) 당 조직부 부부장, 위윈야오(虞雲耀) 중앙당교 부교장, 저우창(周强) 공청단 서기처 제1서기 등이 그를 찬양했다. 이 자리엔 후야오방의 장남 후더핑(胡德平)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이에 따라 후 전 총서기는 자신에게 붙었던 '자산계급 자유화 사상에 물들어 천안문 사태를 촉발시킨 반동분자'란 오명에서 벗어났다.

그를 기리는 각종 활동과 행사도 잇따르고 있다. 그의 고향 후난(湖南)성 류양(瀏陽)시에선 19일 양정우(楊正午) 당 서기 등 당.정.군 간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좌담회를 했다고 신화(新華)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20일 류양시 중허(中和)향 창팡(蒼坊)촌에 '후야오방 기념관'이 새로 개관되고, 그의 묘소에서 부인 리자오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후야오방 평전'(전3권) 중 제1권이 전국 각지의 신화서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 책은 그의 측근이었던 장리췬(張黎群) 등 5명이 10여 년간 공동 저술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16년7개월 동안 그의 탄생 또는 사망을 기념하는 행사와 책자 발간을 일절 금지해왔다.

홍콩.베이징=최형규.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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