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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은퇴' 설기현 "감독부터 지도자 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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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한국 축구 레전드 설기현(36·인천)이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 지도자로서 새롭게 출발한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정장 차림으로 담담하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설기현은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은퇴를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설기현은 앞서 지난 3일 전격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성균관대 감독을 갑작스레 맡으면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설기현은 "갑작스런 결정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있음을 안다.

매끄럽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졌다면 달게 받아들이고 노력하겠다"면서 "제 결정을 받아들이고 용기를 북돋운 김도훈 인천 감독님과 프론트진에게 송구스럽고 감사 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택은 갑작스럽게 하게 됐지만, 항상 지도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간 많은 감독님 밑에서 경험하면서 저만의 축구 철학이 정리돼 있었다.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검증받기 위해선 감독으로 시작해야 충분히 제가 생각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갑작스런 조기 은퇴는 내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구나 꿈꾸는 아름다운 퇴장이 내게는 불가피하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설기현은 자신의 15년 프로 생활을 되돌아봤다. 그는 "10세 때 갑자기 아버지를 여의고 강원도 강릉으로 나와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2000년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1호로서 유럽에 진출한 기억까지 많은 추억들이 뇌리를 스친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런 기회들이 너무 소중했다"고 말했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에 대한 추억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0-1로 뒤진 후반 42분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는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회자될 2002 월드컵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이고 얼마나 큰 사랑을 팬들에게 받아왔는지를 자자손손 일깨워 줄 것이다. 정말 소중했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자신을 성원해준 가족들과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갑작스런 은퇴로 당황해하고 있을 인천 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갑작스런 은퇴로 크게 실망한 인천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언젠가 인천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설기현은 지난 3일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으로부터 축구부 감독 임명장을 받았다.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설기현은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것을 전제로 올해는 감독 직무대행을 맡는다. 설기현의 은퇴로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2002년 월드컵 대표팀 출신 선수는 김병지(45) 현영민(36·이상 전남) 김남일(38·교토상가) 차두리(35·서울) 이천수(34·인천) 등 5명으로 줄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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