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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베푼 성탄 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영양실조 된 만삭아내를 위해 순간의 잘못을 저지른 이 사람을 법정에 서게하는 것보다는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법이 추구하는 교화와 선도의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검찰은 24일 아빠가 절도혐의로 구속되어 어둡고 쓸쓸한 크리스머스이브를 맞을 두 남매와 아내에게「석방의 복음」을 전달했다.
서울지검 이재형 검사는 길옆에 쌓아두었던 플래스틱 소주상자2개와 맥주상자1개등 7천여원어치를 훔쳐 구속되었던 이장효씨 (28·서울신림4동462의5)를 벌금1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벌금을 대납해준 뒤 석방했다.
지난해3윌 서울정릉1동에서 빈상자를 훔친 이씨는 방범대원에게 붙들려 성북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으나 벌금 10만원을 낼 능력이 없어 그대로 도피, 기소중지자가 됐다.
빈변과 헌상자를 모아 팔아 부인 김시자씨(27), 1남1녀등 4가족이 그날그날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로서는 10만원이 엄청난 돈이었고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려해도 만삭이 된 아내의 뒷바라지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기소중지로 주민등록증이 말소되는 바람에 예비군훈련을 받지 못한 李씨는 지난5일 예비군설치법위반혐의로 남부경찰서에 불려갔다 컴퓨터조회로 절도기소중지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것이다.
부인 김씨는 남편이 검찰로 송치된 뒤 담당 이검사에게 장문의 진정서률 냈다.
『일가친척 하나 없이 몸 하나로 열심히 살아온 남편입니다. 한순간의 잘못도 제가 만삭이 된데다 제대로 먹지를 못해 온몸이 부어오르는 것을 보다못해 저지른 것입니다.』
담당 이검사는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이씨의 딱한 처지를 알게됐다.
이검사는 서류를 재차 검토한 결과 이씨에게 절도전과가 있는데다 기소중지사실이 있어 불구속하거나 기소유예로 풀어줄 수가 없었다.
결국 벌금10만원에 약식기소를 하고 이씨의 벌금을 대납해주었다.
이 검사는『그동안 착실히 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부인의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인정돼 석방키로 했다』고 했다.
이씨를 맞은 24일 부인 김씨는『하얀 눈을 맞으며 아빠가 돌아왔다』고 기뻐했고 이씨는 『이 눈처럼 새하얀 마음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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