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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에 '시대'를 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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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만화란 보여주는 것일까, 말하는 것일까. 박기정(70) 화백에게 만화는 보여주며 말하기다. 만화와 함께 한 50년 세월을 응축한 책 '박기정의 카툰 & 캐리커처'(박인하 책임편집, 예경 펴냄)는 시대와 주고 받은 상상력과 환상의 대화록이다. 그는 시대와 호흡하고 시대를 바라보면서 꿈꾸고 웃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또 그렸을 뿐"이라는 그의 진술은 이 책에 실린 정밀한 인물 캐리커처가 증언한다.

박기정 화백은 1978년부터 중앙일보에 시사만평과 캐리커처를 그려왔다. 박기정 손에서 태어난 캐리커처는 한국 현대사를 꿰는 수백 명이다. 한눈에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사실 묘사가 돋보인다. 그의 극화가 그렇듯 현실에 밀착한 진실성이 독자와의 교감을 높이고 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 교수는 "다양한 소재와 세부적 완결성, 소재를 끌고나가는 인물의 풍부한 형상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다른 만화와 차별되는 서사적 완결성을 갖춘" 박기정 화백의 만화를 "한국 서사극화와 캐리커처, 시사만평의 거대한 뿌리"라고 평가한다.

어두운 과거와 착잡한 현실과 희망이고 싶은 미래를 그린 박기정 화백의 캐리커처와 만평을 여기 다시 돌아본다. 그의 만화는 역사와 시대정신을 웃으면서 말하고 있다.

마음을 보고 그린 정치인 얼굴
캐리커처는 사진이 아니다. 사람이 풍기는 냄새를 그린다. 그 사람을 제대로 읽어야 본질을 꿰뚫는 선이 나온다. 한 인간의 특정 부분을 부풀려 풍자하는 묘사술이다. 유머가 부족해도 안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코를, 김영삼 전대통령은 입을 과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머리와 독한 눈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커다란 귀가 강조점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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