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 비리' 내주 줄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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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검 중수부는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인 정우건설의 뒤에서 도와준 것으로 파악된다"며 "포스코건설 관계자가 청와대.건교부 회의에 참석한 배경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포스코 건설 관계자를 비롯해 건교부.감사원.경기도 관계자 등을 잇따라 소환한다.

감사원도 이날 오포 지역 지구단위계획 승인과 관련해 건교부 감사를 담당한 이모 감사관이 정우건설 측 브로커 서모(구속)씨와 인척관계였다는 사실을 확인, 감찰에 들어갔다.

◆ 포스코가 로비의 몸통인가=검찰은 지난해 10월 건교부가 1종 지구단위계획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바꾼 데는 포스코건설의 적극적인 로비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오포사업단 김병호 상무는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정찬용 당시 인사수석을 만났고, 같은 해 8월에는 청와대 인사수석실 김모 행정관 주재로 열린 민원대책 회의에서 유덕상 당시 건교부 국토개발국장과 광주시 공무원을 접촉했다.

김 상무는 또 정우건설이 고용한 브로커들과 수시로 접촉하기도 했다. 정우건설은 청와대와 감사원.경기도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하기 위해 전담 브로커를 고용했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건교부.감사원.경기도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다단계 로비를 총괄 지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외형상 토지 매입과 개발계획 승인신청 등을 시행사인 정우건설이 처리했으나 실제로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배후에서 정.관계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현 정부의 유력인사 A씨가 포스코건설로부터 청탁을 받고 건교부와 감사원을 움직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고위임원 B씨가 A씨와 동향에다 특정 고교 동기동창이라는 친분을 이용해 힘을 썼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임원 C씨 역시 정치권에 몸담았던 경력 등으로 정.관계 로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이처럼 로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포스코건설은 2001~2002년 이 지역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정우건설이 제일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2000여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지급보증을 해 주는 등 사실상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아파트 건설로 벌어들인 수익을 정우건설과 3대 7로 나누기로 사전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02년 당시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를 출시한 포스코건설이 분당에 인접한 오포 지역을 수도권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 검찰 수사 전방위로 확대=검찰은 포스코건설의 최고위층이 로비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이 수천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부 보고나 승낙 없이 담당 임원인 김 상무에게 전적으로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관련자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로비의 실체를 확인 중이다.

또 검찰은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위원 3~4명을 다음주 소환해 지구단위계획의 승인 과정을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용적률이나 인구밀도 등을 고려해 아파트 건설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경기도에 있다"며 "포스코건설 등의 로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종문.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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