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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 휴직 300명 3년2개월 만에 모두 복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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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년 넘게 휴직하고 복직한 한진중공업 직원들은 “회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차상은 기자]

“마, 살아 있었나. 잘 지냈제!”

 2일 오전 부산시 감만동의 한진중공업 기술연수원. 정순철(58·시설장비파트)씨가 2년2개월 만에 만난 동료의 손을 꽉 잡았다. 일감이 떨어져 2012년 초부터 차례로 휴직했던 300명 중 정씨 등 마지막 남은 54명까지 완전 복직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정씨는 “오랜만에 회사에 돌아오니 일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신입사원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에서 선박 시운전 등을 했던 정씨는 2012년 12월 평생 몸담아 온 회사를 휴직했다.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회사로부터 “일감이 생길 때까지 휴직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다. 회사를 떠나기는 1992년 입사 이후 처음이었다.

 휴직 후 정씨는 다른 조선소에 계약직으로 나가기도 했고, 집을 멀리 떠나 백령도와 연평도를 오가는 배에서 선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휴직 기간 동안 회사로부터 근무 당시의 기본급을 받았지만 가족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정씨는 “휴직 중 딸이 결혼할 때 손님이 별로 없었던 게 가슴 아팠다”며 “묵묵히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버텼는데 회사가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보다 먼저 복직한 이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형(42)씨는 “휴직 기간에 아기가 태어나 가장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의 자동차 부품업체 등에서 수개월씩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설움을 많이 느꼈다”며 “회사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1년 조선 경기 침체로 근로자를 일부 정리해고한 한진중공업은 이후 크레인 농성 등 노사 갈등이 심해지면서 더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도 선박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노사 문제가 타결되면서 다시 선박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5년 만에 수주에 성공했고, 지난해까지 모두 26척을 주문받았다. 이달에는 올해 첫 수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적어도 2017년까지 일할 물량이 마련됐다. 그러면서 차례대로 복직이 이뤄져 이젠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이 모두 돌아오게 됐다.

 한진중공업 김외욱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일감을 많이 확보할 것을 믿고 근로자들은 작업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며 “안정된 노사 관계를 만든다면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하게 되고, 그 혜택은 근로자들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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