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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이문제] 쓰레기가 '정상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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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둔산 정상 마천대 주변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등산객이 지켜보고 있다.

토요일인 12일 오후 4시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도립공원 대둔산 정상 마천대.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뒤 등산을 시작한지 1시간30분만에 해발 878m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러나 산에 올랐을때 흔히 느끼는 상쾌한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짜증만 났다.

산 정상 곳곳에 있는 바위틈에는 등산객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과일껍질.물병.음식물 찌꺼기 등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산 정상에는 노점상까지 진을 치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컵라면.물 등을 사서 먹고 그 자리에 버리고 오기 일쑤였다. 그러나 산정상 어디에도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약 200m쯤 떨어진 휴게소(해발 550m)까지 등산로 주변 곳곳에도 비닐과 빈병 등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등산객 정금희(37.여)씨는 "산에 올라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본 것은 난생 처음"이라며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대둔산이 쓰레기때문에 망가지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등산객을 얹짢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입장권 자동발매기는 종종 거스름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등산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자판기 4대 가운데 2대만 가동하고 있었다.

박현정(36.여)씨는 "1000원을 내고 어린이 입장권(450원)2장을 구입했는데 거스름돈 100원이 나오지 않았다"며 "매표소 주변에 등산객이 너무 많아 관리인을 찾아 거스름돈을 되돌려 받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등산로 입구와 산중턱 케이블카 타는 곳 등에 있는 점포의 상인들은 바가지 요금을 받는데다 호객행위까지 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산중턱 휴게소도 산주변 여기저기에 노점을 차려놓고 막걸리.음료수.빈대떡 등을 팔고 있었다.

시중에서 800원인 컵라면 한개 값이 2000원이고 5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물값은 1000원씩 받았다. 한 상인은 "행락철을 제외하곤 등산객이 적은 데다 상품 운반비 등을 감안해 비싸게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단풍 관광철인 지난달부터 주말이면 하루 평균 2만5000여명의 등산객이 이곳을 찾는다. 이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는 주말하루동안 3t정도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환경미화원 8명이 1주일에 한두차례 산정상까지 올라가 쓰레기를 치운다"며 "일손이 달려 매일 치우기는 곤란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둔산도립공원(62.6㎢)은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금산군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다. 등산로 입구에서 산중턱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전북쪽은 1977년, 충남은 1980년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글.사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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