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메모는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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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기록관리학과 김익한(44)교수. 국내 기록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개인 기록.정리에도 관심이 많다. 당연히 메모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맣다. "메모는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멀티 플레이어'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이들이 갖춰야 할 생존능력"이라고 말하는 그는 조만간 '생활의 기술, 정리하고 기록하라'라는 책도 펴낼 계획이다. 이런 김 교수가 메모 초보자를 위한 충고를 해줬다.

1. 분야를 정해서

모든 일을 메모하려고 들면 안 된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 중 5개 정도만 골라 메모의 대상으로 삼아라. ①연말 보고서 ②아이에게 관심 가지기 ③골프 실력 늘리기….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된다. 이보다 많은 분야를 메모하려고 드는 건 인간의 두뇌 능력에 대한 도전.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끼적거림'이 될 수 있다.

2. 메모장은 하나

메모는 간편함이 생명이다. 메모할 분야가 5개라고 해서 수첩 다섯 권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간편할 리가 없다. 따라서 초보일 땐 메모장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 게 최고. 단, 분야마다 ▶◆◇○ 같은 약물을 배정, 반드시 내용을 구분해야 한다. '▶아이 담임 선생님 면담' '◇레슨 알아보기' 식으로 써두면 나중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3. 요점만 간단하게

메모는 철저히 그 기능을 생각하며 해야 한다. 메모의 기능을 나누면 크게 두 가지. '역사적 기능'과 '지식적 기능'이다. 세월이 흐른 뒤 중요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게 해주거나 새로운 지식이나 능력을 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메모란 소리다. 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메모는, 아무리 알록달록 예뻐도 시간 낭비요, 종이 낭비일 뿐이다.

4. 나만의 원칙으로

메모장 가장 위에 날짜를 쓴 뒤 각 건을 시간과 분야별 약호로 시작하면 일목요연한 메모가 된다. 그러나 그 외에 정해진 원칙은 없다. 일단 '키 워드'는 써야 할 테지만 나머지는 글로 쓰든 그림으로 그리든 상관없다. 논리적으로 배열, 자신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단, 성급한 약호 사용은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5. 때 되면 정리하고

실컷 메모만 해놓고, 다시 들여다 보지 않는다면 아무 효과도 바랄 수 없다. 따라서 일정 기간마다 지난 메모를 읽어 보며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모든 메모의 점검 주기가 같을 필요는 없다. 연말 보고서 관련 메모는 매주 점검하고, 골프 실력 늘리기는 분기마다 읽어보며 마음에 새겨두는, 이런 식이면 된다.

6. 단순한 필기 도구로

PDA, 보이스펜…. 메모에 유용하다고 선전하는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 엄청난 저장 능력. 언뜻 보기에도 쓸모가 많다. 그러나 초보자라면 이런 장비들을 쓰지 않는 게 좋다. 복잡한 사용법 때문에 메모 횟수가 줄어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박한 수첩과 연필, 처음엔 그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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