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확대의 선결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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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80년대 말까지 의료보험제도를 확대, 전국민이 혜택을 입도록 할 방침이다. 의료보험은 국민의 건강과 의료혜택의 범국민적인 평준화라는 의미에서 실시의 범위가 넓을수록, 그 시기가 빠를수록 이상적이라는 점에는 이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상이라 해도 현실의 뒷받침이 없으면 공허하고, 무리를 범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지난77년부터 임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의료보험 수혜자는 작년말 현재 모두 l천3백5l만여 명으로 전국민의 3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가운데 직장근로자 대상인 제1종 수혜자가 9백7O만여 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수혜자가 3백82만여명, 그리고 이른바 제2종 의료보험인 지역주민 수혜자는 3백52만여명에 그치고 있다.
즉 의료보험의 혜택을 입고 있는 계층은 정기적으로 소득을 보장받은 기업체,사업체외 근로자·공무원·교직원등이 대부분이고 그 밖에 절대다수의 농·어민 둥 비정기적인 소득자는 수혜의 영역 밖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의해 정부는 81년7월부터 단계적으로 제2종인 지역의보를 실시키로 하고 우선 홍천·옥구·군위·강화·보은·목포 등 6개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선정, 지역둔보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들 시범지역은 보험재정의 적자가 누적돼 한계를 드러내고 적잖은 부작용까지 빚었다.
보험료가 제대로 걷히지 않아 지역의료보험조합의 기틀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 지불해야 할 진료비가 수개월씩 연체되자 해당지역 병원들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해지고 심지어는 아예 문을 닫아버리고 다른지역으로 병원을 옮겨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지역의보 시범사업 확대를 일단 중단한 것 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범지역의 재정문제도 보험숫가를 인상한 지난 7월이후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 보험료징수율도 80%를 웃돌고 조합의 적자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러한 호전추세에 힘입어 제5자 경제사화발전 5개년계획 수정안에 예정했던 국민석보험의 실시시기 95년 이후를 80년대말로 당겨 책정한 것 같다.
의료보험의 혜택이 국민전체에게 골고루 미쳐야 한다는 목표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범지역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대한 참작하여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먼저 실시의 시기를 그지역 주민의 소득수준을 감안,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1927년에 시작된 의보제도가 실시된지 34년만에 져우 국민개보험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은 참작 할 만한 쟁례다.
이 제도를 실시한지 불과 10년남짓되는 경력으로 석보험을 실시하려는 의욕은 물론 평가하지만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이나 여분업 관계등 층분한 시간을 두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문제들이 전제돼 었다는 점은 층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인식의 제설이다.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이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참여가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이 제도는 실시될 수 없다.
당장의 혜택보다는 건강과 치병을 위한 일종의 저축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인식하도록 정부가 널리 계몽홍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의료보험을 국민들에게만 완전히 뗘맡길 것이 아니라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국민에게는 정부의 보조가 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문제가 국민개인의 문제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대국가의 임무중의 하나는 국민의 건강과 질병을 국가가 보호하고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와 선결이라는 전제아래 단계적인 실시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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