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삶의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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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7일부터 14일까지는 서른다섯번째 맞는 인권주간이다. 1948년12월7일 유엔이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것은 인간을 강압하는 권력과 그 권력이 저지른 전쟁의 참화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다는 뼈저린 반성에서 우러나온 결과다.
인권에 대한 인식은 인간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한 인식을 인류역사상 최초로 문장화한 것이 바로 세계인권선언이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저지른 참담한 전쟁을 치르고 난 폐허 위에서 얻은 교훈이야말로 인간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었으며 그 구체적인 표현이 이 선언 속에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에 대한 갈구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고방식이나 체제가 이지구상에 엄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도처에서 부당한 인신구속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투옥되는 사례 또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 나라의 언론들이 국가권력의 직접적인 통제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IPI의 연례보고서는 표현의 자유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해준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폐쇄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 인권이 무엇인지,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조차 무시되는 가운데 권력의 폭력 앞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 땅에 민주정치가 정착되고 인권의식이 뿌리를 내려 국가권력과 국민의 관계가 선진국 비슷한 수준에 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금년 들어 아웅산 참사를 비롯, KAL기격추 사건등 전체주의적인 국가나 집단이 저지른 테러행위로 우리는 더 없는 충격과 슬픔을 맛보아야했다.
특히 아웅산 사건 후 세계적인 북괴 응징내지 규제움직임은 인권의 추구가 국제적인 협력이나 외교적인 성과를 위해서도 매우 긴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런 몇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국제인권협약에의 가입을 이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싯점에 왔다고 판단된다.
세계인권 선언은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은 아니기 때문에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국제인권협약이 76년 발효되어 서방 선진국들이 모두 여기에 가입하거나 조약들을 준수하고 있다. 이 협약에의 가입은 선진 조국의 창조란 국가적 명제에 비추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인권은 권력자가 주는 한낱 시혜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철저히 해야한다.
구미제국의 경우 인권은 수백년을 두고 투쟁해서 얻은 과실이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해방과 더불어 불쑥 주어진 승물인 탓인지 그 귀중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자신들이 적극적으로 인권의식을 성숙시켜 나가는 일이다. 권리침해를 당하고도 권력이 무서워서, 무지한 탓으로, 또는 사소하다고 해서 권리강구를 소홀히 한다면「인권 선진국」의 길은 요원해진다.
우리의 체제가 북한에 비해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한마디로 인권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란 점이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며 그 때문에 많은 북한주민들이 생명을 걸고 월남귀순하는게 아니겠는가.
아웅산테러로 북괴는 국제사회에서 어느 때보다 궁지에 물려 있다. 이런 시기에 맞추어 인권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하는게 우리의 국제적 위신과 성가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인권의 제약보다 신장이 오히려 유효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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