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미값 "기습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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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2일은 국회로 모아서는 정부예산안을 처리해야하는 법정시한이다.
반면 행정부는 인상시켜야할 공공요금등이 있으면 실행에 옮기는 결정시기상의 기점으로 이날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양곡 가격인상조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금년에도 국회는 다소 논란은 있었으나 정부예산안을 거의 손도 안대고 과거와 달리 밝은 대낮에 일찌감치 통과시켜 주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부는 이날 하오 관계부처협의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 양곡값 인상을 결정, 3일 아침 발표했다.
이보다 하루앞서 농수산부는 이미 수입쇠고기값도 올렸다. 평균 7%의 철도요금인상도 오는 10일로 예정돼 있다고 한다.
국회의 시끄러움을 피한 시기선택이니 결정한 쪽에서는 편리할지 모르나 고의로 이랬다면 그것은 잔재주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당당히 올리고, 정당하게 설명한다면 국회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체면과 감정의 손상은 없지 않을까. 재정적자의 고질인 양곡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불가피했다면 그것을 당당히 밝히면 된다.
「살짝 피하는」임기응변보다는 정도를 걷는 사고방식이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또 그 동안 근로자의 봉급을 동결할때도, 보리쌀과 추곡수매값 동결때도, 예산동결때도 물가안정과 저물가를 번번이 내세웠다. 양곡수매가격 결정을 예로 들더라도 『다른 물가가 오르지 않고 안정되었으니 농산물이라고 해서 올릴 요인이없다』『전체 물가를 생각한다면 물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쌀값은 더구나 올려줄 수 없다』는게 정부의 입으로한 말들이다.
땅과 바다에서 채취한 것만으로 사는 게 아니라 집세도 물고 교육비도 치르고 문화비도 써야하는데 천편일율적인 강론만을 반복하다 보니 정부스스로의 인상조치 때는 목소리가 낮아지고 시끄러움을 피하는 궁리를 하는 게 아닐까.
좀더 허심탄회하게 문제를 털어놓고 함께 걱정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정부는 정부쌀값을 인상하면 떨어진 산지쌀값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생산자보호를 위해 소비자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산지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수매량은 적은데 출하량은 홍수상태를 이루기 때문이다. 농가가 손해를 보면서 생산품을 헐값에 내는것은 돈이 급하기 때문이다. 학자금·자재대등등으로….이런판에 정부는 그간 농민에게 대출한 영농자금을 연내 회수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곡수매는 3, 4차례 나누어하면서 돈도 좀 나누어서 받을 수 없느냐는 농민의 소리도 경청해야할 것 같다. <한남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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