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후 첫 3년연속 흑자 일군 염용운 동양매직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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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창사 후 처음으로 3년 연속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흑자 기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주방가전 전문업체인 동양매직의 염용운 사장(사진)의 목소리는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1985년 동양시멘트의 기계사업부로 출범한 뒤 93년 분리된 이 회사는 90년대 중반 양문냉장고와 세탁기를 출시하는 등 의욕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외환위기를 맞아 휘청거렸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실적 호전 기업으로 꼽히면서 서울 남대문로의 본사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3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523억원에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지난해의 세 배에 가깝다.

염 사장은 "고객의 '미충족 욕구'를 읽으려는 노력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서 나온 히트작으로 염 사장은 지난해 8월 출시한 포터블 식기세척기 '클림'과 연속온수 기능의 비데 '살루스' 등을 들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7만대 가량 팔린 '클림'은 식기세척기 단일모델로는 판매 신기록을 세운 제품이다. 기존 식기세척기가 대개 10~12인용의 빌트인 제품인 반면 이 제품은 5~6인용으로 싱크대 위에 간단히 올려놓고 이용할 수 있어 핵가족 가구나 세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가격도 기존 제품의 절반 정도인 30만원 후반대로 낮췄다. 중동 등에 1만대 가량을 수출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성과도 올렸다.

소비자들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 투자하는 것은 불황일수록 더 중요하다는 것이 염 사장의 지론이다. "솔직히 우리 회사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거대기업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부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야 하는 주방가전이나 생활가전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 사장에 취임한 염 사장은 취임 첫해에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 재무구조를 흑자로 돌려놓았다. 한달에 한차례씩 직원들에게 'CEO 메모'를 보내 회사 사정을 설명하고, FCR(공장 경쟁력 재구축 운동) 같은 경영 혁신 운동으로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바꿔 나갔다. "직원들의 응집력을 끌어 내는 데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빠른 의사결정과 단합이야말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무기 아니겠습니까."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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