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기독교문화 창조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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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화선교신학」이라는 새로운 80년대의 한국적 기독교 신학이 태동하고 있다. 문화선교신학의 구체적 내용은 「시와 노래가 흘러 넘치고 음악의 향연이 울려퍼지며 하느님앞에서 추는 춤이 있는 한국적 교회문화를 새롭게 창조, 민족문화 발전에의 적극적 기여로까지 이끌자」는 것이다.
이같은 문화선교신학은 최근의 『기독교사상』지령 3백호기념 「한국교회 2세기를 향한 신학모색」에서 김용신박사(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부원장)가 논문을 발표하고, 변선환(감신대). 고재직(한신대)교수등이 문제점을 논평, 본격적인 신학체계의 정립을 모색했다.
김박사는 『문화선교란 인간의 죄와 악을 구원하는 하느님의 요속역사가 일반문화차원에서도 이루어짐을 믿고 이같은 하느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선교활동』이라고 정의했다.한국교회의 우선적인 문화선교과제는 19세기이래 유입된 서구기독교문화가 한국의 기성문화체제를 붕괴하는 일역을 담당, 문화적 혼란과 와해를 야기한 점을 깊이 참회하고 산업화과정의 기술주의에서 오는 억압적이고 파괴적인 「문화황무지」상황을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것이다.
한국교회는 서구기독교문화에의 예속적인 추종파 선교사신학을 벗어난 독자적인 한국기독교문화의 형성을 선교1백주년기념 중요과제의 하나로 인식, 활발한 연구와 논의를 거듭해오고 있다.
한국적 기독교문화 형성의 과제는 지난여름 크리스천아카데미 「대화의 모임」에서도 제기됐다.
한국기독교 신학의 흐름은 대체로 근본주의신학(초기∼40년대)-개발신학(50년대)-토착화신학(60년대)-민중신학(70년대)으로 압축된다.
문화선교신학은 60년대의 토착화 신학, 70년대의 민중신학과 맥락을 같이하는 한국교회 독자적 신학정립을 지향한다.
김박사는 구체적인 한국교회 문화선교의 정체로 탈 서구화, 민족문화 전영역의 수용, 민족문화 발전에의 기여를 제시했다.
문화선교의 성서적 기반은『창세기』(9∼10장) 에 나타나 있는 민족문화축복암시.
지금까지의 기독교 문화신학사는 서구 밖의 문명을 이단시하며 문화적 혼합주의를 위험시함으로써 동양문화권의 기독교가 탈 민족화하는 현상을 초래했다는것이다.
『묵시록』, 『시편』 등도 기독교문학선교의 성서적 원동력.. 한국기독교의 문학선교는 독립협회운동, 성서한글번역, 교육·의료사업등에서 긍정적인 역사를 보이기도 했지만 3·1운동이후의 민족문화창조 참여는 의식적, 조직적 차원을 갖추지 못한채 부정적 역사를 밟아왔다는것이다.
김박사는 문학선교의 목표및 과제로 문화적 억압과 혼돈을 극복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문화창조운동의 전개와 민족적·민주적 문화정체를 분명히하는 교회 스스로의 변혁을 제기했다.
변교수는 문화선교신학을 『한국적 풍토의 문화적 종교적 현실을 이탈한 「문화고아」로서의 오늘의 한국교회실상을 반성, 민족 문화와 유리되지 않으려는 교회의 몸부림』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는 「본 해퍼」의 옥중서한을 인용, 기도와 정의구현이라는 2중 존재양식을 갖는 기독교적 인간존재를 명심하고 경솔하게 정치·사회문제에만 편향하는 자세는 지양돼야한다고 경고했다.
문화선교신학의 민중 신학적인 사회참여를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고교수는 『한나라의 가치문화에 기독교문화가 접촉점을 찾아 새문화 창달을 시도할때 기독교적 문화를 수립하겠다는 기독교 제국주의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제 한국교회는 한국문화와 기독교문화의 표피적 접촉과정에서 일었던 간헐적 충돌과 쌍용을 뛰어넘어 물질문화는 행동문화의 통제를, 행동문화는 정신문화의 통제를 받는 문화가치체계 정립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는것이다. <추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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