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의 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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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데올로기의 위험을 표현할 때 흔히 인용되는 일화가 있다.
러시아 비판자의 아버지 「비사리온·벨린스키」의 변신에 대한이야기다.
그는 철학자 「헤겔」의 책을 처음 읽고는 『존재는 당위다』라고하는 공식의 철학적 진리를 확신하고 러시아독재의 지지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헤겔」을 좀더 읽어가자 존재는 판증법적으로 또다른 형태로 진화한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하룻밤사이에 혁명론자가 되었다. 1백80도의 변신이다.
그렇다면 이데올로기는 요물인가.
역사적으로 이데올로기란 말을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프랑스혁명당시 유물론 철학자 「데스튀·드·트라시」(Antoine Destutt de Tracy)다.
그는 개인에 심리, 생리적 기반에 결부시켜 이데올로기를 설명했다. 「나폴레옹」의 전제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의 학파를「나폴레옹」은 「이데올로기」라고 지칭하면서 못마땅해했다. 「공론가」라는 뜻이다.
그것은 「마르크스」가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들을 『독일 이데올로기의 앞잡이』로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데올로기 개념을 처음 가장 명확히 규정한 사람은 「마르크스」 그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는 사회현실의 「토모」인 경제구조에 따른 모든 사회적 의식형태』다.
사회의 하부구조(unterbau)인 경제적 토대가 종교·예술·도덕등 정신적·문학적 상부구조(uberau)를 결정한다는 유물론적 도식에서 그는 이데올로기를 토대 위에 솟아있는 「법적·정치적 상부구조」전체로 본다. 「마르크스」는 지배자의 이데올로기에 대결할 피지배자의 무기를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그점에서 지배자의 이데올로기는 부르좌의 이데올로기, 곧 「허위의식」으로 매도됐다.
이데올로기를 신화·상징·편견·정치적의견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그래서 「만하임」과 같은 사회학자는 적대 이데올로기들의 허위성을 극복하기 위해 「보편 이데올로기」를 주장한다.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강조한 「프래므나츠」의 경고도 있다. 그것은 권력에 도달하기 위해 훈련된 집단을 일체화하는데 이용되었다. 또 국가권력의 확대나 정당·조직의 지배권획득·유지에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유산의 장점을 간과할수도 없다. 자유·평등의갈망, 권위와 제도에 대한 도전, 정의에 대한 요구, 신념과 소명등.
이데올로기를 「허위의식」으로 경멸했던 「마르크스」는 오히려 그의 이데올로기로 한때 세계를 풍미했다. 「이데올로기」라면 그저 「공산주의」로 생각해야했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공산주의도 국가식제 이데올로기로 비관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게 이데올로기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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