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경기 회복 4 ~ 5년 더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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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가 급속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체감 경기가 회복되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10일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환위기 이후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지금은 2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0년대 저임금.저기술.차입경영.양적 성장 시대에서 세계화.고임금.정보기술(IT)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외환위기가 닥쳤다"며 "외환위기 이후 1단계는 빚을 줄여 차입 성장에서 벗어나는 재무구조조정이며 2단계는 글로벌 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구조조정"이라고 분석했다.

또 "양극화는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농업.자영업은 퇴출되고, 조선.자동차.반도체.철강 등 강한 쪽은 살아남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양극화) 현상은 구조조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표증으로 (2단계 구조조정의) 과정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극화 현상을) 올해 또는 내년에 당장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회안전망을 통해 국가 내부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양극화 과정에서) 기업은 역사상 최대 호황, 가계는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며 "잘나가는 쪽의 소득을 흡수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만 경쟁력이 약해 퇴출되는 구멍가게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는 생산성.기술력.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체감 경기란=주머니 사정이나 빈 택시 숫자, 식당에서 사람이 붐비는 정도 등 피부로 느끼는 경기로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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