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자 70대 어머니에 난동… "두 아들이 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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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수원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돈에 눈먼 두 아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최근 수원시내 한 경찰서 지구대를 찾은 A씨(75)는 경찰에서 "동네 재개발 계획으로 살고 있던 낡은 집이 시가 2억원을 웃돌게 되자 그동안 연락을 끊다시피 살았던 두 아들이 이달 초 찾아와 30여만원의 용돈을 주더니 인감도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 뒤 아들들은 매일 집에 찾아와 "재산을 관리해 드리겠다"며 집요하게 인감도장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집은 노후를 위해 준비해 둔 것"이라며 끝까지 거절했다. 그러자 한 아들이 집안을 뒤지며 인감도장을 찾다 "집을 부수겠다"며 망치까지 들고 난동을 부렸으며 이에 A씨는 '(아들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인감도장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들이 그 뒤에도 아침마다 찾아와 '빨리 이사해야 한다'며 자신을 괴롭혔으며 이를 견디다 못해 신변 보호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수원시 외곽에 35평의 땅을 구입, 집을 짓고 병든 남편을 돌보며 살다 2002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빈 방에 세를 놓고 월세를 받아 혼자 어렵게 살아왔다.

그는 "남편이 죽은 뒤 수원에 사는 아들은 마지못해 가끔 들여다봤지만 한 아들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 "돈에 혈안이 된 자식들에게 한 푼의 돈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집을 양로원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아들들과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전후 사정을 알아본 뒤 A씨의 신변 보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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