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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3. 위장병을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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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위산이 없으면 궤양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점막이 헐고 파인 위.십이지장 궤양(소화성 궤양)은 위산이 과다 분비돼서 생기는 병이다.

피부가 헐면 쓰리고 아프듯 위점막에도 궤양이 생기면 쓰리고 아프다. 환자들은 명치 끝이 조이듯 아프다, 배고플 때 복통이 온다, 자다가 속쓰림 때문에 깬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다. 소화성 궤양의 원인과 대책을 알아본다.

◇위.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위산은 소화의 필수 요소다. 하지만 피부도 녹일 수 있는 PH 1~2의 강산(强酸)인 탓에 위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위 점막에선 점액과 중탄산염을 분비해 얇은 막을 만들어 위산으로부터 위를 보호한다.

서울대 분당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위장 건강은 산도가 높은 위산과 이를 중화시키는 점액.중탄산염의 분비가 조화를 이룰 때 유지된다"고 밝힌다. 따라서 위산 분비가 지나치거나 점액.중탄산염 분비가 줄면 소화성 궤양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산도의 불균형만 궤양의 원인은 아니다. 김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란 세균 감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한다.

◇헬리코박터균은?=전세계 인구의 반수 이상이 감염될 정도로 널리 분포된 2~7㎛의 나선형 세균이다. 소화성 궤양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만성 위염, 악성 임파종, 위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는 모르지만 감염자의 토한 음식이나 대변과 식기나 수저를 공유하는 등 비위생적인 식사 습관이 원인일 것으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감염자는 아프리카.동남아시아.중남미 등 후진국에 많다.

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 교수는 "2000년 실시한 국내 역학조사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감염률이 16세 이상 성인의 경우 66.9%, 15세 이하 어린이는 17.2%로 나타나 우리나라는 후진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이행되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 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다 탈이 나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실제로 위.십이지장 이상을 보이는 사람은 감염자의 20% 정도다. 宋교수는 "감염시기, 균의 독성, 감염자의 면역성,위장의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감염 여부는 숨쉬는 공기를 통해 간단하게 알아보는 요소 호기 검사,혈액 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의 3분의 2 이상이 감염자인 상황이라 감염이 의심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헬리코박터 박멸을 위한 검사나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

송교수는 "현재 헬리코박터 감염자 중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 위암 수술후의 환자, 악성 임파종 환자 등만 치료한다"고 밝힌다.

◇진단과 치료=위.십이지장 궤양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시경 검사다.

내시경을 통해 궤양을 확인하고 조직 검사를 통해 암과 같은 악성 궤양이 아님을 밝혀내야 한다.

치료의 목표는 위산 분비를 억제해 손상된 위.십이지장 점막을 회복시키고 헬리코박터를 박멸하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와 헬리코박터를 제거하는 항생제를 함께 2주 정도 복용하면 된다"고 밝힌다.

소화성 궤양은 궤양 치료만 할 경우 70~90%는 재발된다. 그래서 이전에는 '위.십이지장 궤양은 완전히 낫지 않는 병'으로 알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헬리코박터 박멸치료를 함께 하면서 재발률이 2.5~20%로 감소됐다.

李교수는 "처음 복용한 약에 효과가 없어 다른 약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재발하는 경우도 아직 있다"며 "치료가 끝나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전문가 진찰을 통해 완치됐음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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