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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 '나눔 김장' 4만 포기 담가 5000여 곳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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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김치파동 등으로 배추값과 김장비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지만 서울 용산구의 형편이 어려운 가정들은 올해도 별 어려움 없이 싱싱한 김장김치를 맛보게 된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인 상희원(常喜苑.이사장 이병두)이 용산구와 손잡고 정성껏 준비한 15㎏짜리 '사랑의 김장김치'가 14일부터 집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상희원이 계획한 올해 김장 물량은 4만 포기다. 배추 한 포기를 1.5㎏으로 잡아도 60t 무게다. 한 포기 길이가 30㎝ 정도이니 배추를 한 줄로 놓으면 장장 12㎞, 30리에 이른다. 배추는 올 8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의 상희원 소유 5000평 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용산구청 사회복지과 직원들이 직접 가꾼 걸 쓴다. 김장 비용 1억2000만원은 상희원이 댄다.

상희원 사람들과 용산구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갈월동 옛 수도여고 운동장에서 지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한다. 용산구 여성단체연합회.새마을부녀회.주부환경협의회.적십자여성봉사단.녹색어머니회 등 단체 회원들과 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찾아온 개인 자원봉사자, 미8군 장병 부인 등 800여 명이 김장을 담근다. 보광어린이집 등 용산구 내 29개 유치원생 600여 명도 고사리손으로 배춧속을 알알이 채운다. 상희원과 용산구는 "불우 이웃을 위한 김장 행사로는 전국 최대, 역대 최고 규모"라고 밝혔다. '지상 최대의 따뜻한 김장 담그기' 행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한 김장 김치는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노인 등 저소득층 4888가구와 20개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127곳 등 모두 5000여 곳에 전달된다.

상희원이 배추 농사용 밭을 제공하고 김장비용을 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첫해에 1만5000포기이던 김장 물량은 지난해 3만5000포기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에는 5000포기를 더 늘릴 수 있었다. 순수한 민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상희원은 2001년 이래 모두 34억원을 노인.장애인 복지사업, 저소득층.청소년 지원사업 등에 써왔다.

9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상희원이 모은 후원금은 모두 2400만원. 용산구 약사회 150만원, 새마을부녀회 100만원, 가수 나훈아씨 100만원, '왕호떡' 7만원, 용산 재활용센터 20만원, 용강의원 10만원 등 개인.단체 50여 곳에서 후원금을 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가수 나훈아씨는 "후원 사실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며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달 100만원씩을 보내고 있다. '왕호떡'이라는 익명을 쓴 주인공은 남영역 부근에서 호떡 노점상을 하는 김민영씨로 밝혀졌다.

한편 서울 중구.송파구도 '사랑의 김장'을 담가 저소득층에 나눠 준다. 중구는 14~16일 LG카드 직원들과 함께 김장 김치 5000포기를 마련해 1250가구에 전달한다. 송파구는 12~15일 마천동 주말농장에서 김장 1t 분량을 장만해 저소득층 100가구에 나눠준다.

신준봉 기자

<올해 상희원 김장은>

▶규모 : 4만 포기(배추 무게만 60t)

▶길이로 세우면 : 12km, 나눔김장으론 지상 최대 규모로 추정

▶비용 : 1억2000만원(배추는 상희원 소유 밭에서 자원봉사로 키움)

▶인원 : 800여 명의 자원봉사자 동원 유치원생 600여 명 찬조

▶나눔 : 15kg으로 포장해 어려운 이웃 5000여 곳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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