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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라이프스타일 소비 트렌드를 읽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레몬트리] 미완성의 제품을 사고 나만의 손맛을 더하는 것을 즐긴다.

소박한 동네 빵집에 푹 빠진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줄 서 기다리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유행하는 것, 남과 똑같은 것이 싫다며 개성을 추구하면서 거주만큼은 공동의 삶을 꿈꾸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들. 어느 시대, 어떤 사회를 막론하고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혼재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의 의식주 또한 그러하지 않던가!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당신의 촉에 걸린 소비의 트렌드가 무엇인가’를 물어 2015년에도 유효하며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들을 모았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 결국 메가 트렌드(mega trend)를 만들고 미래를 바꾼다’는 것을 다시금 새긴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TREND 1
미완성의 제품을 사다

나의 손맛을 더해 물건을 완성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핸드크래프트 가구 브랜드 하이브로우의 ‘파파체어’와 니트 브랜드 루피망고의 ‘LM DIY 키트’를 예로 들 수 있지요.

이 브랜드의 물건들은 퀄리티도 훌륭하지만, 완제품 대신 직접 설명서를 보고 조립하는 동안 얻는 성취감과 애착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파파체어는 아빠가 내 아이의 첫 의자를 만들어준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는 DIY 키트 제품으로, 이 상자 안에는 아기 의자 골격과 사포, 오일, 나사, 목장갑 그리고 일러스트 북 설명서가 담겨 있습니다.

만드는 이가 의자를 만드는 과정에 얼마만큼의 열정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의자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것 또한 재미난 포인트입니다. by 이노메싸 마재철 대표

하이브로우의 파파체어 키트에는 사포, 붓, 용기, 동화책, 오일, 스크루 등 의자를 완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물품들이 모두 담겨 있다. 가격 19만7천원 문의 www.hibrow.co.kr

TREND 2
싱글족의 프리미엄 리빙 사랑

과거 싱글족을 위한 제품은 용량과 크기를 줄이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소형 세탁기, TV 등이 의외로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하며 싱글족의 소비 패턴이 새롭게 분석되기 시작했지요. 이는 늘어나는 싱글족들이 점차 삶의 질에 신경을 쓰고, 생활을 안락하게 하는 리빙 제품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하여 소형 가전을 사더라도 프리미엄 콤팩트 즉, 작지만 성능 좋고 멋진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던 겁니다. 또한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메인 가전의 경우 단순히 크기가 작다고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에 신경을 써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가전 브랜드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이르는 수준으로 확연히 늘고 있지요. by 서울디자인재단

일렉트로룩스의 익스플레셔니스트 컬렉션은 고급 스틸 소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제품. 토스터 11만4천원, 무선주전자 12만4천원문의 02·2029-6035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트렌드세터가 사랑하는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이슨 Am-07 84만8천원 문의 1588-4253

TREND 3
나는 유행하는 게 싫다

남들과 똑같은 것, 유행하는 것을 쫓는 게 싫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패키지 여행 상품 대신 자유 여행을 떠나는 사람, 극도로 심플한 디자인에 소재로 힘을 준 가구,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패션 아이템이 많아진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일 테지요. 지속적으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간결한 디자인의 물건을 선보이는 브랜드 무지는 이런 상품의 대표작입니다.

반면 최상급 가죽으로 수준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 이탈리아 가죽 브랜드 발렉스트라 또한 로고를 내비치지 않는 디자인 덕분에 오히려 사랑을 받았지요. 이렇게 상표가 없는 제품들이 뜨는 이유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자신의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본인의 취향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by 오기사 디자인 오영욱 대표

평범한 듯 우아한 디자인이 특징인 발렉스트라의 DADA 백은 4백58만원. 문의 02·2232-1937

TREND 4
리얼 리빙, 리얼 라이프의 가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우리 삶 속에서 오래 쓰인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소개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파운드 무지와 디앤디파트먼트가 대표적이지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팀이 발굴한 삼화금속의 가마솥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췄습니다.

이들이 소개하는 주전자, 바구니, 펜 같은 생활 속 물건들 또한 한국인이 몇십 년간 삶 속에서 맞닥 뜨린 것들입니다. 다만 가치를 못 알아본 것을 디앤디파트먼트가 발굴한 것이지요. 파운드 무지 또한 일본 지방의 가치 있는 생활용품을 찾아 현대적으로 개선해서 소개합니다.

이러한 생활용품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의 도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by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

디앤디파트먼트에서 발굴한 야나기소리 주전자는 12만9천원, 삼화금속 가마솥은 5만5천원, 파운드 무지의 스테인리스 볼은 가격미정. 문의 디앤디파트먼트(www.d-department.com), 파운드 무지(www.muji.net/foundmuji)

TREND 5 도시 입맛 사로잡은 옛날 동네 빵집 VS TREND 6 프리미엄 외국 식자재 러시

작년 연말 오픈한 트렌디한 쇼핑가인 제2롯데월드 몰에서 이성당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군산의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은 향수 어린 빵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서울로 상경한 브랜드지요.

게다가 가로수길의 트렌디한 공간들을 디자인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씨가 공간을 만들어 이성당스러운 복고풍의 느낌을 그대로 둔 채 한 끗 차 따뜻한 터치를 더했습니다.

도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최근 서울 상경에 성공한 빵집에는 전주의 풍년제과도 있습니다. 수제 초코파이로 유명세를 탄 이곳은 심지어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폐업 위기까지 갔다가 이를 맛본 이들이 SNS에 리뷰를 올리면서 인기를 끌었지요.

서울 장충동의 동네 빵집 태극당은 빵만큼이나 모나카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데, 1970년대 초창기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의 고집스러움으로 여전히 확고한 마니아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편에서는 먹을거리 때문이라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만큼 한국에 진출한 수입 먹을거리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청담동의 프리미엄 식자재 숍 SSG와 갤러리아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 ‘고메 494’의 등장으로 본격 시작되었고 잠실 제2롯데월드 몰을 비롯 삼성동의 파르나스몰에서 무르익는 상황이지요.

딘앤델루카와 같은 식품 매장 또한 지점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는 먹을거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by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민송이&라브르베르 코리아 이혜림 대표

왼쪽) 이성당 앙금빵 1천3백원 문의 잠실점(02·2143-7061), 풍년제과 우리밀 수제 초코파이 1천6백원 문의 02·3467-6691, 태극당 모나카 1천5백원 문의 02·2279-3152

오른쪽) 르 쏘니에 까마르그 플뢰르 셀 125g 2만5천원, 프레지덩 카망베르 2만6백원, 본마망 블루베리잼 370g 9천원, 페이장 브레통 물레 무염 버터 1만2천6백원, 알올리비에 블랙트러플 올리브오일 250㎖ 3만6천원, 알올리비에 바질 인퓨즈드 올리브오일 250㎖ 2만9천원 문의 SSG 푸드마켓(1588-1234)

TRNED 7
패션과 리빙의 탈경계

대중의 의식주가 점차 밸런스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입는 것과 먹는 것에 치우친 소비가 이제 집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죠. 패션 브랜드가 리빙 제품을 판매하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카페를 오픈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숍과 카페의 공간 레이아웃이나 가구의 배치도 집처럼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해 리뉴얼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는 라 메종 제품으로 한 층을 집으로 꾸몄고, 에르메스 카페 ‘마당’은 마치 아늑한 응접실 같습니다. 청담동에 새로 오픈한 분더샵도 패션과 카페, 레스토랑, 리빙 소품 등 의식주 전반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특히 레스토랑 ‘루브리카’는 집에서 볼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가구를 배치했죠.

이렇듯 패션과 리빙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사람들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겁니다. by 디자이너 양태오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의 카페 ‘마당’. 포근한 집처럼 꾸민 이곳에서는 에르메스, 라 메종의 식기에 차와 음식을 담아낸다. 문의 에르메스 도산파크(02·542-6622)

TREND 8
공동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의 규모가 작아지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공동주택이 먼저 발달한 일본과 유럽에서는 여기에 ‘커뮤니티’ 개념까지 가미되었지요. 바쁜 현대인에게 그동안의 집이 잠깐 머물다 나가는 개인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배려하고 인생을 즐기기 위해 갖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SOA건축이 서울 남가좌동에 지은 ‘더 래빗’이나 SsD건축의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같은 공동 주거를 위한 소형 건축물이 서울 곳곳에 생기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게다가 소형 공동주택은 인접한 토지를 함께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 발전과 함께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는 새로운 문화 형성도 기대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공동 거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에 맞는 생활 방식이나 동네를 소개하는 코디네이션 직종도 생기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공유’와 ‘협동’의 가치는 더 높아지리라 예상합니다. by SOA건축 이치훈 소장

SsD건축의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14개의 독립 공간과 카페, 공연장, 갤러리, 장난감 가게로 이루어진 건물로, 개인의 작은 공간은 지키면서 유연하게 열린 공동 공간에서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Jinhee Park+John Hong, SsD

기획=홍주희, 이지현, 김은정 레몬트리 기자,
사진=전택수(JEON Studio), 어시스턴트=변인선, 최연수, 윤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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