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홀·클럽하우스·연못 베꼈다" … 골프존 저작권 침해, 14억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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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1위 스크린골프업체인 ‘골프존’이 저작권 침해로 골프장 세 곳에 14억여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골프장 코스도 저작물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김기영)는 몽베르 컨트리클럽(CC) 류모 대표 등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인천국제CC의 강모 대표, 대구CC의 전모 대표도 소송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골프존에 대해 몽베르CC 측에 11억7000만원, 대구CC 측에 1억4500만원, 인천국제CC 측에 1억9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류 대표 등은 골프존이 2008년 이들 골프장에 대해 항공 촬영을 한 다음 그 사진 등을 토대로 각 골프장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5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골프장은 자연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것에 불과하며 류 대표 등이 각 골프장에 대한 저작권자도 아니다”고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골프장의 경우 홀의 위치와 배치, 골프 코스가 돌아가는 흐름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골프장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며 “저작권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골프장 세 곳은 클럽하우스와 홀, 연못, 그 밖의 부대시설 등이 다른 골프장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창조적인 개성이 인정된다”며 “각 저작재산권은 골프장 조성자들에게 귀속된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액은 골프존의 연도별 영업이익에 세 곳 골프장 코스 접속 비율을 곱해 산정했다. 스크린골프는 특정 골프장 코스를 선택하면 해당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골프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다른 골프장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골프존이 스크린골프 운영업체에 공급하는 스크린골프 기기에는 150여 개의 골프장 코스가 들어가 있다. 골프존 측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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