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외교파 "한국형 MD로" 한·미동맹파 "사드, 생존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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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계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균형외교론자와 한·미동맹론자들 간 견해 차가 크다. 사드가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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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균형외교를 중시하는 성향의 학자들은 우리 안보 환경에 정말 사드가 필요한지 사전조사부터 하자는 입장이다. 아주대 김흥규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 친미, 반대하면 친중이라는 식으로 갈리는 논쟁은 핵심을 비켜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 북한의 전력과 한반도 상황에 대한 종합평가, 수조원이라는 비용과 효과, 대안이 될 수 있는 다른 무기 체계에 대한 고려 등을 한 뒤 그 결과로 사드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 조급하게 결정 내려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소장은 “ 북한이 사드로만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는 곧 전면전 선포를 의미한다. 그렇게 될 현실적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토대로 우리 생각을 미국과 중국에 설명하고, 그래도 양국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직접 이야기하도록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 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연세대 문정인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미국이 동북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평택 미군기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인지, 한국이 사드를 사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며 “사드를 사야 하는 것이라면 막대한 비용도 문제이고, 우리의 MD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하는 중대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우리는 한국형 MD(KAMD)로 간다. 사드는 이후에 판단해 보겠다’고 입장을 정하고,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위협 환경부터 재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한·미동맹을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는 진영에서는 사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한용섭 교수는 “사드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라며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새로운 형태이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배치는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중국 본토를 감시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로선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갖출 때 중국이 지원하지 않았느냐’ ‘중국도 미사일이 많지만 한국은 그에 간섭한 적이 없다’ 등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숙명여대 홍규덕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는 사드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갖춰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중국과 모든 이슈를 논의할 수 있지만 사드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해결해 주지 못하니 우리도 자구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의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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