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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중공편향을 우려 소, 대북괴접근 적극 시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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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미하원 청문회에서 행한 「브라운」 국무차관보와「켈리」 국방차관보의 증언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브라운」미국무차관보=KAL기 사건은 소련의 ⓛ군사적 협박 ②무력사용 ③신뢰감의 결여 ④인접국과의 의사소통 불능 ⑤편집증세등 소련의 아시아정책이 안고 있는 잘못된 요소를 일거에 보여준 예다.
이사건은 또 소련의 증대하는 군사력을 아시아에서 정치·군사적 영향력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데서 오는 좌절감을 드러낸 것이다.
아시아에 있어서 소련이 갖고 있는 최대의 우려는 미·일·중공이 안보상의 협력체제를 구성하여 동북아에서 소련을 영구히 군사적 열세의 입장으로 고립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소련에 있어서 한반도는 복잡한 대상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변화가 소련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을 두려워해서 현상태의 고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예컨대 전쟁이 재발하면 그들이 원치 않는 미국과의 대결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 및 동맹관계의 변화는 평양에 대한 소련의 영향을 더 줄이고 중공의 영향을 증대시킬지도 모른다.
모스크바는 지도자 교체기를 맞고있는 북한을 지극히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는다면 이미 김정일의 세습을 승인한 중공에 소련의 영향력이 밀려날지 모른다는 점을 알고 있다. 소련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제스처를 한 것은 이때문인 것 같다.
소련은 장기적 추세로 보아 아시아에서의 한국의 경제·정치적 중요성이 커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소련언론인과 문화성 관리를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 참석시킨것은 한국과 약간의 접촉을 트는 것이 모스크바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점을 시인한 행동이다.
그러나 그러한 은밀한 외교적 제스처는 그들의 무력사용으로 (KAL기 사건을 지칭한듯) 무산되고 말았다.
◇「켈리」미국방차관보=태평양 지역의 소련 군사력은 지난 15년간 꾸준히 증강돼왔다. 소련 군사력은 사상 처음으로 미군과 미국영토 및 교통로를 직접 위협하게 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제 아시아에서 분쟁이 일 경우 미국측 의사에 따라 개입여부를 결정할 여유가 없게 되었다.
소련이 알래스카 석유운송로, 기타 선박운항로, 괌도 및 알류샨열도등 미국의 보급로와 전방에 배치된 군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
소련이 점령하고 있는 일본의 북방영토에 1개 사단규모인 1만명의 소련군대가 배치되어 있고 또 최근 미그-23전투기도 이지역에 배치됐다.
지난 15년 동안 소련은 아시아에서의 전쟁준비를 계획적으로 진행시켜 왔으며 구체적인 실례는 다음과 같다.
△소련은 전시에 극동지역군대를 통솔할 전략사령부를 설치했다.
△소련은 페르시아만 일대에 배치된 29개 사단을 보강하고 8백대의 전투기를 배치했다.
△태평양지역의 전투함과 항공기는 극적으로 증강되었다. 소련은 67년이래 인도양의 위기시에 긴급출동능력을 가진 함대를 진출시켰다.
△해군과 합동작전능력을 가진 백파이어 폭격기가 미해군함을 공격할 능력을 갖고있다.
△소련의 탄도미사일 발사용 잠수함대와 지상 발사용 미사일 군이 수적·질적으로 증강되었다.
△우랄산맥 동독에 각각 3개의 탄두를 장치한 1백기의 SS-20미사일이 배치되어있고 중앙아시아에는 23기의 미사일을 추가 배치할 수 있는 기지가 건설중이다.
북한은 소련이 동아시아에 갖고있는 유일한 우방이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식어있다. 북한에 대한 소련의 관심은 중공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것을 막으려는데 있다. 그러나 소련과 중공은 한반도의 현상을 변화시키거나 서로 큰 댓가를 치르면서 북한을 각자의 영향권으로 뺏어가려는 의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소련의 전반적인 아시아정책은 앞으로 5년 정도를 볼 때 변화 보다는 지속성을 가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본다.
북한과 소련 관계의 핵심은 주체를 내세운 북한측의 강렬한 독자성에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독자적 행동을 못하게 할만한 외부의 영향이 용납되지 않고 있다. 평양은 중·소분쟁을 이용, 중공이나 소련이 북한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있다.
당과 정부 사이에 약간의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자명하지만 이것을 북한의 국내및 국제정책에 대한 컨트롤이라고 잘못 이해해서는 안된다.
북한에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소련으로서는 평양의 독자노선이나 중공 편향성은 특히 좌절감을 불러 일으킬 것 같다.
북한도 소련에 대한 경제 및 군사기술면에서의 의존을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이것을 계기로 소련이 압력을 가하려하면 완강히 저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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