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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리앙은 희생양"〈중국계 언론> "과거 백인 경관 사건 덮으려 기소했다"〈아시안 시민단체>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경력 2년 신참 아파트 순찰 도중 실수로 권총 발포
20대 흑인 사망 책임 물어 브루클린 대배심이 기소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 에릭 가너 사건 땐 불기소
본인은 무죄 주장…검찰 "순찰 규정 무시해 사고"

순찰 도중 실수로 총격을 가해 비무장 상태의 시민을 사망케 한 뉴욕시경(NYPD) 중국계 경관이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20일 브루클린 이스트뉴욕에 있는 아파트 단지 '루이스핑크하우시스'에서 발생했다. 당시 폴리스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정식 업무에 투입된지 2년도 채 안 된 신참 피터 리앙(27.사진) 경관은 아파트 내부를 순찰하던 중 건물 계단에서 흑인 남성 아카이 걸리(28)에게 총격을 가했다. 걸리는 총격으로 숨졌다.

그러나 시경은 사건 직후 리앙의 총격이 실수였다고 밝혔다. 시경에 따르면 리앙은 당시 권총을 손에 들고 있었고 우발적으로 발포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리앙은 10일 브루클린 형사법원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대배심은 리앙의 총격이 실수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위험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권총을 빼들고 순찰한 행동이 경찰관 순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대중적 여론은 찬반 논란으로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와 스태튼아일랜드 에릭 가너 사건 등 무장하지 않은 흑인 시민에게 백인 경찰관이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 때와는 달리 이번엔 가해 경찰관이 기소되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만약 이번에도 백인 경관이었다면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핑크하우시스에 사는 주민 그레고리 로사리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리앙 경관이 백인이었다면 절대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에릭 가너 사건의 경우 동영상 등 모든 증거가 있었음에도 기소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동영상도 증거도 없지만 결국 기소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기소 결정이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플러싱 민주당 지구당 대표와 퀸즈검찰 아시안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멜린 쳉은 11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리앙이 기소된 건 그가 아시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시안들은 시위도 하지 않는 등 이러한 일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중국계 언론 '월드저널'은 리앙 경관을 '희생양(Scapegoat)'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날 커뮤니티 각계 인사들을 인용해 "과거 백인 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경찰과 커뮤니티 관계가 악화되고 폭동까지 일어나자 대배심은 이번 중국인 경관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것은 분명히 인종차별"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안 시민단체 '폭력반대아시안연맹(CAAAV)'은 월드저널과 인터뷰에서 "업무중 과실치사 혐의를 받은 경찰관이 리앙 경관 혼자만은 아니다"면서 "모든 경찰관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리앙 경관만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시스템과 문화의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앙 경관은 11일 열린 인정신문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정신문에서 "권총을 빼들었어도 손가락이 방아쇠를 잡고 있으면 안 된다"며 "리앙 경관은 이 같은 규정을 무시했고 결국 누군가 사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리앙은 이날 보석금 없이 일단 풀려난 상태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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