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서 어때요" … 신입 모시기, 선배들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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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회사는 ‘갑’, 직원이 ‘을’. 모든 직장의 기본 전제다. 입사부터 승진·이직까지 간택받으려 애쓰는 건 늘 직원 쪽이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 발상을 거꾸로 뒤집은 ·부서 홍보 대회’가 열렸다. 현대카드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잡페어(Job fair·사진)’를 열고 일할 부서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행사다.

 현장은 대학 캠퍼스에 차려진 입사설명회를 방불케 했다. 흰색 현수막을 내건 부스 12곳마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 82명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선배들은 1대1 상담을 통해 부서의 특장점·역할·비전 등을 설명하고 궁금증에 답을 주느라 진땀을 뺐다. “법인영업이란 게 도대체 일반 영업과 다른 게 뭔가요?”, “경영지원실에서는 수치로 나오는 실적이 없는데 평가를 어떻게 받죠?” 신입들은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졸업을 앞둔 최혜정(24·여) 씨는 “기업들이 늘 혁신을 요구하면서 막상 부서배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비합리적으로 강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사내 잡페어는 회사와 신입 간 쌍방향 소통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해 신입사원들이 이탈하거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HR실 이윤석 상무는 “영문과 나왔다고 영어 잘 한단 보장이 없고 경영 전공했다고 마케팅만 하란 법이 없는데 부서에서 개인의 역량·성격을 모른 채 출신대학과 전공·자기소개서 몇 줄만 보고 뽑아갔다”고 설명했다. 정태영 사장이 “부서배치에 자본주의 논리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젠 부서가 신입을 뽑기 전에 신입들이 부서를 뽑게 됐다.

 결과는 부서도 신입도 윈윈(win-win)이다. 지난해 상담 후엔 절반 가량의 신입사원과 현업부서의 선호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 신입 80% 이상이 1~3지망 부서에 배치됐고 이탈자도 줄었다. 이날 상담에 나섰던 브랜드실 남희정 과장은 “지원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면서도 부서를 ‘간보고’ 간다”며 “해당 부서가 어떤지 정확히 알고 들어오면 속았다는 느낌이 없어 신입사원들의 충성도·태도가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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