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번영의 3원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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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여객기 격추사건에서 우리는 오늘의 인류가 얼마나 광기에찬, 반문명·반이성의 혼돈속에 살고 있는가를 새삼 확인했다.
중동, 아프가니스탄, 인도차이나, 중남미에서도 문명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크고 작은 분쟁들의 뒷전에는 예외없이 인류를 한순간에 멸망 시킬수있는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들이 검은 그림자를 길게 던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새로운 세계질서가 시급히 요청되는 때가 일찌기 없었다.
전두환대통령의 국제의회연맹(IPU)총회연설은 세계정세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화합과 평등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필요성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선언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힘의 윤리가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첫손 꼽히는 희생자다. 한마디로 한국은 시급히 시정을 요구하는 오늘의 국제질서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그리고 우리는「살아있는 증인들」이다.
어느 선진국이나, 외부의 침략위협을 받지않는 나라, 또는 산유부국의 지도자가 아니라 의지하나로 역경을 헤쳐 나가야하는 분단된 중진국의 지도자가 전세계를 대표하는 정치인들 앞에서 지구촌의 사람들 모두가「한마을 사람」 이라는 자각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닦자고 역설할때 그말에 설득력이 없을 수가 없다.
전대통령은 오늘의 세계는 어느 한나라도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수 없는 상호 의존의 세계라고 말하고, 그러나 상호 불신과 화합의 상실 때문에 전쟁위협은 고조되고 있는 심각한 모순을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전 인류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공동 운명체이면서 그런 자각은 이기심과 반이성 앞에 빛을 잃고 우리는 인류 동시파멸의 불안 속에 살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대통령은 세가지의 기본적인 처방을 제시했다.
첫째는 국가간, 체제간의 대립과 반목을 인류 동시 파멸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극복하고 화합의장으로 수렴하자는 것이다. ,
둘째는 힘이 지배하는 질서대신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를 존중하는 평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세째는 선발자와 후발자, 가진 나라와 못가진 나라들이 기술이전과 보호무역 철페로 협력의 길을 넓히는 것이다.
국가간의 모든 분쟁이 대화의 단절과 불신과 힘의 윤리에서 비롯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 이상 화합·평등·협력의 3원칙이 범세계적으로 존중된다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도 확실성과 안정성으로 자리바꿈을 할것이다.
IPU대표들과 우리가 전대통령의 연설에서 읽어야할 중요한 메시지는 반문명의 비극은 극복될수 있는 것이고 지구를 파멸시키는 핵전쟁은 피할수 있고 빈부차는 해소될수 있다는밝고 실천적인 낙관론이라고 하겠다.
한국인들이 전쟁재발의 위협에 좌절하지 않고 분단된 반도의 남쪽에 경제적인 중진국을 일으킨것을 거울삼아 세계도 화합·평등·협력의 3원칙으로 안정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수 있다는 낙관주의가 전대통령이 세계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것으로 해석된다.
전대통령의 메시지가 IPU대표들을 통해서 전세계에 널리 전파되어 그들의 서울총회가 새로운 세계질서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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