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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김치분쟁 6개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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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통상마찰로 가나=전문가들은 과거 마늘파동 때와 같이 양국 간 마찰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려대 법대의 박노형 교수는 "중국은 2000년 마늘 파동 때와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됐기 때문에 함부로 보복성 행동을 할 수가 없다"며 "양국이 WTO의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에 따라 차분하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무역보복을 하려면 물량이 훨씬 많은 공산품을 대상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한국이 중국산 김치 등 농수산품에 대해 취한 조치와 국내 언론 동향 등에 중국 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 점에서 일단은 무역보복전의 성격으로 간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에 영향줄까 걱정

◆ 김치 수출에 영향줄까=김치 업계에서는 중국보다는 일본 수출이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의 김치 수출량은 3만4827t, 1억200만 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일본 수출이 94%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5t, 6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1~9월 총 김치 수출액 2만6000t, 7600만 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16t, 3만9000달러이고 90% 이상이 일본에 대한 수출이다. 두산 종가집 김치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 사이에 한국 김치에 대한 불신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정부가 중국과의 김치분쟁을 신속히 해결해 국산김치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한편 업체들도 제품에 대한 검사를 보다 철저히 해 일본 바이어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측은 "공사 차원에서도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일본 현지 홍보 강화 등 국산 김치 신뢰도 유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체서 만든 유사품일 수도

◆ 중국 발표 믿을 만한가=중국이 거명한 두산.CJ.풀무원은 7월 이후 중국으로 김치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동원 F&B 김치는 중국 현지 공장이 있지만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

중국이 검사한 김치가 이들 업체가 생산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보도가 된 뒤 관련 한국 제품을 구하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며 "일부 현지에서 제작된 뒤 한국산 브랜드를 달고 팔리는 제품을 중국 당국이 잘못 수거해 검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중국이 발표한 두산 종가집 김치의 현지 상품명(宗家府)이 중가길(中加吉)로, 동원F&B의 원자가 잘못 표기돼 있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국내 중간 상인이 시중 김치를 수집해 중국 내 한국 상사 주재원이나 고급 한식당용으로 수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한국산 모두 금수… 예상 밖 빠른 대응

◆ 중국의 반격인가=중국은 7월 말 자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뒤 우리나라의 향어와 송어에서도 검출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왜 우리 것만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중국은 한국산 화장품에서 데오드란트라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한 시민단체의 폭로를 근거로 지난달 14일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중국은 식의약청이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기 전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식의약청이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산도 장담 못해… 조만간 결과 발표

◆ 국내의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 나올까=식의약청이 지난달 21일 18개 업체를 조사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해 모든 김치를 조사하고 있다. 대상업체는 500여 개 된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제품이 인분이나 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생충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나 소금 등의 원료에서 기생충이 묻어 있다가 김치로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1~8월 중국에서 수입된 생배추는 219t, 절인배추는 21t이다.

기생충 알 김치, 감염은 잘 안 돼

◆ 기생충 알 김치 얼마나 해로운가=서울대 의대 채종일(기생충학) 교수는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어도 기생충 감염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생충알이 사람 몸속에서 성충으로 자라려면 ▶기생충알이 살아 있어야 하고 ▶자충포장란(에벌레가 들어있는 기생충알)이어야 하며 ▶사람 회충이어야 한다. 채 교수는 "한국인의 면역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것도 기생충 감염 위험을 줄이며, 김치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기생충알이 파괴되거나 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에 감염돼도 구충제를 복용하면 쉽게 없앨 수 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신성식.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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