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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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는 「워커」 장군에게 항의하려고 했으나 그는 오늘아침 일본에 가고 없었다. 대통령은 뒤뜰로 나가 한참동안 장작을 패며 화를 가라앉혔다. 어느정도 안정한 대통령은 「무초」 대사를 불렀다.
처음에는 대사에게 『미국사람들이 자기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한국사람을 들어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오』 하고 말했다.
장작패며 울화 달래
『북한주민들이 요청해서 파견한 경찰을 「처치」 장군이 막았다는 사실을우리국민이 알게되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고 이사실을 즉시「워커」 나 「맥아더」 장군에게 알리도록 요청했다.
「무초」대사는우리경찰을「처치」장군이 경지시킨데는 필시 어떤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자 대통령이 『이나라 안에서 우리에게 어디로가라, 어디는가지말라고 명령하는 자가 과연 누구냐』고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 대사는 나에게 도와주었으면하는 눈치였으나 나도 냉담히 외면해버렸다.
그러면서도 한편 염려가 되어 『실은 대통령은대사께서 미군정인물들이 더이상 입국하는것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셔요』 하고 험악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무초」 대사에게 말을 걸었더니 그제야 살았다는 표정이었다.
대통령은 오늘 상오11시 시청앞 광장에서 거행된 유엔의날 기념식에 참석했었다.
유엔이 한국을 도와 한반도에서 공산침략을 완전히 물리치고 통일을 이룩하려는것은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전세계사람들에게 큰공헌을 한것이며 또 유엔의 안전을 보장한것이라고 치하했다.
북한행정관 임명설
우리국민들은 국제연합군이 한국의평화에 기여한 공로와 유엔당국이 한국민의 복지를 위해 계속 후원해주는데 대해 마음깊이 감사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영원히 잊지못할것이며 앞으로 더욱 유엔과 한국이 긴밀히 상호협력하여 유엔헌장에 표명된 고상한 유엔의 의도와 목적을 끝까지 달성하자는 요지의 기념사를 했었다.
유엔한위의 터키대표 「이딜」 박사는 한국의 장래는 한국자신에 달린 것이니 오직 한국인의 노력여하에 좌우될 것이며 성심성의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힘쓰자는 요지의 강연을 했다.
그리고 유엔과 유엔군에 대한 한국민의 감사를 표시하기위한 여러가지 행사가 진행되었다.
10m월25일.
일본방송에 의하면 유엔군당국에서는 이미 민간 행정관을 임명했으며 그는 다시 한 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바로 30명의 한국사람들을 임명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전혀 아는것이 없다.
이런 방향에서 최근에 시도되고있는 일은 우리나라 내무장관 조병옥박사를 민간행정관으로 임명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그렇게되면 조박사는 내무장관직을 사임해야 될것이라고 했다.
미국사람들이 조박사를 좋아하고 조박사가 자기들이 해달라는대로 무엇이든지 해줄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박사는 군정에 참여했었고 한민당과 흥사단에 관련되어 있는 영향력있는 인물로 미국은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꼭득각시 노릇 안해
「무초」대사는 대통령이 UP통신에 국제연합을 무시하겠다고 . 선언했다는것을 시사하는 미국정부의 전문을 대통령에게 보여주었다.
대통령은 자기가 이런 성명을 발표한 일이 전혀 없다고 「무초」 대사에게 완강히 부인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무초」대사에게 「맥아더」 장군이나 국무성으로부터 비밀로도 좋고 공개적으로도 좋고 북한에서 활약중인 대한민국을 간섭하지않겠다는 어떤 문서상의 보장을 받아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아무런 회답이 없다.
대통렁은 대한민국을 남한에 국한시키는 유엔임시위원회의 결의는 받아들일수 없다고 「무초」 대사에게 분명히 말했었다.
대통령은 아무래도 자리를 물러나우리국민에게 대통령직을 사임해야할이유를 밝히는 것이 현명할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내부에서 보다 오히려 밖에서 싸우면서 차라리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낙인이 찍힐 망정 어떤 나라나 국제기구의 꼭둑각시가 되어 나라를 말아먹는 자가 되지는 않겠다고 자기의 결심을 나에게 말했다.
만일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국제연합당국의 협력으로 북한에서 기능을개시한다면 국민의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게 될 것이다. 북한주민은 심히 외국사람들에게 의심을 품고있으며 불안히 여기고 있음을 대통령은 여러차례 미국측에도 알려주었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국제연합이 만일 단독으로 어떤종류의 행정을 실시하겠다고 고집한다면 그것은 다만 국민을 혼란에 빠드리게 할뿐이며 그들은 이것을 용서하지 않물것이라고 부통령은 확신하고 있다.
미의 38선부활 걱정
북한주민들은 우리에게 자기들을 보호해 주도록 우리측 사람들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알고있고 타민족의 행정보다는 같은민족의 행정을 훨씬 더바라지 않겠는가고 대통령은 말했다.
우리국군과 국제연합군이 생명을 바치면서 싸워 없애려고한 38선을 미국사람들이 다시 설치하고 있다고 대통령은 심히 걱정하고있다.
유엔과 미국이 만일 반한 선동분자들이 제의한 계획을 수행하려고 한다면 일본패망 이후 남한에서 미군정이 조성한것과 비슷한 사태를 북한에 다시 만들어낼것이라고 대통령은우려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사정을 알고있는 「맥아더」 장군과 몇몇 고위층의 친지들이 있기때문에 이러한 잘못은 미국에 시정될것으로 바라고 있으나 국무성에는 너무도 친일세력과 친공세력의 입김이 거세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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