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도 인권침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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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허준영(사진) 경찰청장이 31일 "머리도 체격처럼 천부적인 면이 있다.(경찰관 채용시 지원자의)지적 수준을 가리는 필기시험도 인권침해냐"고 말했다.

허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채용시 응시자격으로 키와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올 4월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머리 나쁜 사람은 백날을 해도 (시험에)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눈에 보이는 키를 제한하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머리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순경) 시험에 응시하려면 남자는 167㎝.57㎏ 이상, 여자 157㎝.47㎏ 이상의 신체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허 청장은 "경찰 채용시 신체 조건을 제한하는 것을 폐지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인권을 쉽게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정 업무가 아닌 강력사건을 다루는 외근 업무 경찰은 범인을 제압하는 완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은 경찰이 국민적 존경을 받고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키 크고 머리 좋은 인재들이 많이 몰려온다"며 "이를 한국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허 청장 발언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청장 발언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비난과 지지의 글이 쇄도했다. 네티즌들은 "편견과 선입견을 표출한 것은 경찰총수로서 부적절하다" "흉악범을 잡는 경찰은 어느 정도 체격을 갖춰야 한다"는 등 엇갈린 의견들을 올렸다. "(키 큰 사람을 선택하는)모델업계도 인권의 사각 지대인가"라며 인권위의 판단을 비아냥대는 네티즌도 많았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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